평범한 병원 직원…SNS 활동 중 뜻밖의 모델 제의 CF·뮤비 출연 발판으로 웹드라마·영화 연기 시작 “모든 게 처음…부담 느낄 틈 없이 촬영에 집중했죠”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유명인의 부주의한 SNS 활동이 여러 논란을 일으키는 모습도 보지만 때로는 SNS가 한 사람의 인생에 새로운 ‘빛’이 되기도 한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예 소주연(25)에게 SNS는 각별한 무대다. 단순히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 기회가 됐다.
시작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평범했다. 평소 관심 있는 여행과 음악 그리고 책을 통해 쌓은 자신의 느낌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렸을 뿐이다. 하지만 소주연의 남다른 감각과 이미지, 분위기를 눈여겨 본 광고 관계자들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SNS에서 소주연의 모습을 본 한 브랜드 측이 모델 제의를 한 게 시작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는 뜻밖의 제안을 받고 넘치는 호기심에 이끌려 카메라 앞에 섰다.
“평소에도 새로운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처음인데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재미있고,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결과물을 확인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연기자가 되리라곤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 SNS로 연예계 활동 시작…첫 영화부터 주연
소주연은 2017년 의류 화보 모델을 시작으로 통신사 등 몇몇 브랜드의 CF에 발탁돼 차츰 얼굴을 알렸다. 존박과 옥상달빛 등 뮤지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간접적으로 연기를 경험한 뒤 웹드라마 ‘하찮아도 괜찮아’에 얼굴을 내비쳤다. 이 정도가 활동 이력의 전부이지만 그는 운 좋게도 13일 개봉하는 영화 ‘속닥속닥’(제작 파이브데이)의 주연까지 맡았다. 일사천리다.
“영화 데뷔도 처음, 시사회나 인터뷰 자리도 모두 처음이다. 하하! 적응 단계인데, 사실 지금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를 만큼 얼떨떨하다.”
웹드라마에 출연한 소주연을 본 ‘속닥속닥’의 최상훈 감독이 먼저 만남을 제안해왔고, 이어진 몇 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주연으로 꼽혔다. 아무리 신인 발굴에 적극적인 공포영화라고 해도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일. 소주연은 “내가 갖고 있던 여러 고민에 감독님이 공감한 것 같다”며 “주연이란 타이틀에 부담을 느낄 새도 없이 현장을 믿고 현장에 집중했다”고 돌이켰다.
극장 영화는 보통 목요일이나 수요일에 개봉하지만 ‘속닥속닥’은 금요일을 택했다. 하필 그 날짜는 13일. 그 자체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13일의 금요일’이다. 일단 시선 끌기에는 성공이다.
영화는 수능을 끝낸 6명의 고등학생이 괴담이 떠도는 폐쇄된 놀이동산 속 귀신의 집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 속삭임에 홀린 친구들이 한두 명씩 사라지고, 남은 아이들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다.
소주연은 주인공 은하 역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지만 극성인 엄마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예민한 인물이다. 유독 큰 눈망울을 가진 소주연은 공포에 사로잡힌 은하의 얼굴로 관객에게 스릴을 그대로 전한다.
“예고편보다 완성된 영화가 훨씬 재미있다는 건 자신할 수 있다. 하하! 10대가 겪는 현실적인 고민, 현실적인 캐릭터에 공감되는 부분도 클 것 같다. 공포영화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이유가 있지 않나. ‘속닥속닥’이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 2년의 병원 근무…“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소주연이 겪은 영화 속 상황은 극적인 사건의 연속이지만 실제 그의 삶은 큰 파도 없이 잔잔한 편이었다고 한다. 눈에 띄는 외모 덕에 중학교 1학년 때 연예매니지먼트 관계자들로부터 소위 ‘길거리 명함’을 받긴 했지만 잠시 들뜨고 말았을 뿐, 대학 졸업까지 연예계 일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학창시절 나는 좀 애매모호한 사람? 아니면 끼가 없는 사람? 그 정도”였다는 소주연은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면서도 내 꿈이 뭔지 잘 몰랐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건 여행과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험을 쌓는 일이었다. 졸업 무렵 이런저런 회사에 지원해 면접을 보고 숱하게 고배도 마셨다.
“병원에서 2년간 일했다. 사무직이었고,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회사 다니면서도 SNS로 많은 걸 공유했는데 그게 운 좋게 눈에 띈 거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궁금한 게 많아 질문도 많이 한다. 자연스럽게 지금 자리에 온 것 같다.”
‘속닥속닥’은 소주연에게 연기자로서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양쪽 볼의 보조개가 매력적인 그는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은 아니다. 덕분에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이미지를 지녔다.
그런 자신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소주연은 “중성적인 이미지라는 말도 들어서인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 선배 같은 역할이나 ‘쌈, 마이웨이’의 김지원 선배 같은 밝은 역할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음악도 소주연에게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영국밴드의 음악을 즐겨듣고,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로스를 특히 좋아한다는 그는 “‘속닥속닥’을 찍을 때도 영화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상상력을 키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