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하는 영화 ‘인랑’은 여름 시즌 기대작이다. 화려한 규모의 SF장르로도 시선을 끌지만, 영화가 처음 기획될 때부터 줄곧 이어진 호기심도 상당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로 통하는 오시이 마무로 감독의 원작만화 ‘견랑전설’이 실사 영화로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한 관심이다.
‘견랑전설’은 1990년대 후반 출간됐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사회적 혼란을 진압하기 위해 ‘특기대’라는 집단이 만들어진 가상의 일본 사회가 배경이다. 경찰과 치안조직의 암투, 무력단체의 등장이 혼재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오시이 마무로 감독은 1960년대 청년기를 거치면서 시위에 참여했고, 그런 경험을 작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패전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의 그늘을 비추고 있다는 해석도 따른다. 허구와 실재,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모호하게 설정해 독자의 해석과 분석욕구를 자극한 작품으로도 기억된다. 2000년에 국내 출판됐지만 절판됐다. ‘인랑’ 개봉의 영향인지 현재 중고서적 사이트에서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견랑전설’은 2000년 일본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개봉했다. 당시 제목 역시 ‘인랑’이다. 사람 인(人)과 이리 랑(狼)을 합친, 늑대 인간이라는 뜻이다.
김지운 감독은 애니메이션 ‘인랑’을 접하고 “범접할 수 없는 심오한 세계관과 독보적인 무드”에 매료돼 영화화를 결심했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원작이 지닌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국내 정서와 상황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영화 ‘인랑’의 배경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직후인 2029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