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최근 3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도 그의 열정 덕분에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로 성공적인 컴백을 한 채시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해되는 것들 있잖아요 하트 날리는 아이들·친구 같은 남편 보며 힐링 30년전 몸무게? 제때 끼니 챙기려는 습관 덕분 작은 것에 감사하려는 마음, 행복하게 사는 비결 세월에 굴하지 않고 마이웨이…멜로연기 꿈꾸죠
연기자 채시라(50)는 1984년 한 초콜릿 광고모델로 데뷔해 35년째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다. 오랜 경험의 노하우로 작품 속 자신과 현실의 자신을 구분 짓는 데는 능숙하다. “신발 벗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연기자 채시라’는 없다.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고, “촬영장에서 다 쏟아내” 연기의 여운을 즐길 필요가 없다. 장소에 따라 알맞은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두 아이(고2 딸·중2 아들)를 챙겨야 해 캐릭터에 빠져있을 수가 없다. 연기할 때는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일은)과감하게 내려놓으려고 한다. 시부모를 포함해 가족의 응원과 배려가 있어 가능하다. 그래도 연기자, 아내, 엄마, 며느리, 딸 중 엄마 역할이 가장 힘든 것 같다. 하하!”
그는 “좋은 영향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하지만 어떤 게 잘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아이들을 위해 한 행동들이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과정이 어렵다. 연기와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했다.
“아이들이 모두 사춘기인데 비교적 얌전하게 성장한 것 같다.(웃음) 유치원생 때는 엄마가 채시라인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는데, 지금은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저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은 ‘하트 뿅뿅’이다. 딸과 달리 아들은 지금도 제가 가장 예쁘다고 한다. 연기자가 되겠다고 하면 겉멋 들어서인지 진짜 하고 싶어서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
연기자 채시라.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남편인 가수 김태욱은 그의 뒤를 든든하게 해주는 존재다. “설렘까지는 아니어도 좋다”고 수줍게 웃는 그는 “남편은 가수가 안됐다면 요리사가 됐을 거라고 할 정도로 요리를 좋아한다. 저 없을 때 아이들 식사를 책임지고, 집안일도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올해 결혼 18주년을 맞았지만 지금도 친구처럼 지낸다. 서로에 대한 애정 역시 변함없다. “일부러 시비 걸고 장난치는” 남편을 보면 절로 웃음이 번진다고.
물심양면으로 챙겨주는 가족의 도움에 채시라는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로 3년 만에 복귀하면서 낯섦을 느낄 틈도 없이 즐거움을 만끽했다. 극중 서영희를 통해 엄마나 아내의 모습이 아닌 한 여자의 성장기를 보여주며 많은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뿌듯함이 큰 작업이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평상시 느끼는 점들을 극대화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저도 멍하니 집에 있으면서 커튼을 모두 닫고 잠을 자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해가 되는 것들이어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한 것이 아닐까.”
실제로도 채시라는 일상에서 여자로서의 매력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의 몸무게는 30여년전과 별 차이가 없다. 그 비법은 제때 끼니를 챙겨먹으려는 “사소한 습관”에서 만들어졌다. 채시라는 “건강은 아름다움과 젊음을 관통하는 것 같다. 가리는 음식은 따로 없다.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음식을 조금씩 섭취해둬 에너지를 비축해둔다. 운동은 좋아하지 않지만 의무감으로 하고 있다”며 웃는다.
“자그마한 것에 감사하려는 태도”도 그가 여전히 젊게 사는 비결 중 하나다.
“원론적인 답변일 수 있지만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좋은 영향을 준다. 작은 것일지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음으로써 행복감을 항상 느낀다.”
최근의 가장 감사한 일은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모두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드라마를 끝낸 일”이다.
연기자 채시라.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채시라가 배우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과 캐릭터가 많지만, 2000년 방송된 KBS 1TV ‘왕과 비’에서 백발의 인수대비를 연기한 모습은 첫 손에 꼽을 만한 ‘인생 캐릭터’다. 당시는 그의 연기력과 미모가 절정에 오른 서른 살의 나이였다.
채시라가 앞으로 “감히 기대를 해보는” 일은 멜로연기다. 그는 “세월의 흐름에 굴복하지 않고 제가 가야할 길을 스스로 이끌어가고 싶다”며 하하 웃었다.
“어릴 때부터 도전정신이 남달랐던 것 같다. 배우가 배우로 빛날 수 있는 건 어떤 캐릭터를 맡든 두려움 없이 해낼 때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