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 수다①] 서인영 “아직도 신상녀?…긴 시간 속앓이 물욕도 사라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17일 06시 57분


1년6개월 자성의 시간을 보낸 서인영은 한결 단단해보였지만 쿨한 매력은 여전했다. 사진제공|소리바다
1년6개월 자성의 시간을 보낸 서인영은 한결 단단해보였지만 쿨한 매력은 여전했다. 사진제공|소리바다
■ 아픔 딛고 돌아온 서인영의 고백

욕설·갑질 파문 모든 게 내 잘못
1년6개월간 귀 닫고 혼자 있었죠
‘프로답지 못했다’ 절실히 깨달아

‘눈을 감아요’ 발라드로 컴백
상처받은 누군가를 위해 불렀죠
댄스곡? 내 나이에 할 수 있을까요


흔한 말이지만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돌아온 서인영은 한결 단단해져 있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여지를 남기지 않고 인정했고,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지혜도 생긴 듯 했다. 물론 언뜻언뜻 비쳐지는 그만의 ‘쿨’한 매력은 여전했다.

변함없는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발라드 ‘눈을 감아요’로 다시 활동에 나선 서인영(34)을 ‘여기자들의 수다’에 초대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서인영과의 대화는 이른바 ‘욕설 동영상’ 이야기로 시작됐다. 안부를 물었을 뿐인데, 서인영은 그동안 굳이 꺼내지 않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냈다. 그리고 “이젠 더 노래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 “예전 그 사건, 갑질만큼은 결코 아니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이야기가 길다. 휴!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구구절절 말할 타이밍을 놓쳤고, 사람들이 ‘내 얘기 다 들어줄까’ 걱정도 컸다. 당시엔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울컥하며)그 얘기를 꺼내면…, 이렇게 또 눈물이 난다.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된다.”

-굳이 짚고 넘어가고 싶은가보다.


“1년6개월 동안 집에만 있었다. 귀 닫고 혼자 시간을 보냈다.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다. 처음 일이 시작됐을 때 주위 사람들은 내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라고 조언했다. 그땐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면 그것 또한 가식적이라고 할 텐데. 그 영상을 유포한 사람을 원망하진 않는다. 내가 잘못이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전부 내가 한 행동이고, 다 내 잘못이니까 기꺼이 비난을 받은 거다.”

서인영의 ‘그 사건’은 작년 1월 일어났다. 리얼리티프로그램 ‘님과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 두바이 촬영에서 자신의 매니저와 통화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촬영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누군가가 몰래 촬영한 영상이었다.

-대체 현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사람들이 ‘갑질’이라고 하는데, 절대 갑질만큼은 아니다. 제작진과도 갈등이나 문제는 없었다. 그 프로그램은 크라운제이를 위한 마음에서 출연했다. 난 제작진과 크라운제이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맡을 때가 있었고, 의견도 조율했다. 두바이 촬영 땐 제작 여건상 여러 제약이 있었다. 시간은 촉박한데 찍어야 할 에피소드는 많고, 우리는 어떻게든 그걸 다 해내야 했다. 작가 언니와도 가까운 사이였다. 서로 입장과 상황을 다 아니까, 악조건을 견뎠다. 그런데 좋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니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지쳐버리고 말았다. 그때 옆에 있던 매니저는 심지어 해외출국이 처음이라고, 무섭다고 하지. 그때 내가 하면 안 될 행동을 한 거다. 완전 미쳤었나보다. 정말 부끄럽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두고두고 자책했다. 가장 큰 잘못은 마지막 촬영을 하지 않고 그냥 돌아온 거다. 프로답지 못했다.”

-1년6개월간 무슨 생각을 했나.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가슴 아프고, 마음에 걸리는 게 너무 많으니까. 매일매일 울었다. 대상포진부터 장염까지 온몸에 이상신호가 오더라. 우울한 마음이 들어 치료도 받았다. 좀 정신을 차린 후엔 나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나의 문제가 뭔지. 말투부터 모든 걸. 나는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와중에도 신경을 쓰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당신의 매력은 솔직함과 직설화법인데, 그게 때론 ‘안티’로 돌아왔다.


“이젠 말하기가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위축되는 마음도 있다. 그래도 죽을 만큼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갑질’은 아니다. 그것만큼은 알아주면 좋겠다. 난 공주 같은 성격도 아니다.”

가수 서인영. 사진제공|소리바다
가수 서인영. 사진제공|소리바다

● “연예인과 교제는 딱 한 번…물욕은 점점 사라져”

서인영은 18세이던 2002년 그룹 쥬얼리로 데뷔해 유명세를 얻었고, 솔로로 나서 전성기도 맛봤다. 10년 넘도록 그야말로 ‘앞만 보고’ 달린 시간. 서인영이 1년 반 공백기를 가진 건 처음이었다.

“쥬얼리 땐 그저 시키는 대로 했다. 솔로로 활동하면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이번 시간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굉장히 중요했다. 그동안 참 겁이 없었다.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

-크라운제이와는 연락하고 지내나.

“오랜 시간 알고 지냈고,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내 행동 때문에 오빠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그게 가장 마음 아프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소속사에서도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말렸지만, 오빠가 좋은 모습으로 복귀하는 걸 돕고 싶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떤 특별한 관계는 아니지만, ‘우리가 결혼했어요’(2008)를 같이할 때부터 알고 지낸 시간이 있지 않나. 원래 내가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보는 스타일이다.”

-당시 크라운제이와 열애설도 있지 않았나.


“그랬나? 그런 기억이 없는데. 내가 아이돌도 아니고(웃음). 누군가에게 들키면 어쩔 수 없지만, 공개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

-연예인과 사귄 경험은.

“음…. 연예인 남자친구는 딱 한 명. 연예인과 연애는 별로다. 일하는 기분이다. 나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못 한다. 단순해서. 한창 일할 땐 거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생일 전날에도 헤어지고, 크리스마스이브에도 헤어지고. 하하!”

-‘우결’ 이후 ‘신상녀’로 통했다.

“요즘은 물욕이 없어지고, 조금은 내려놨다. 그래도 좋아하긴 하지. 하하! 지금은 ‘최고의 신상은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옛날엔 갖지 못하면 병이 났는데, 지금은 갖고 싶은 게 별로 없다. 있으면 뭐하나. 입고, 메고, 나갈 데도 없는데. 요즘은 연습실 가는 게 외출의 전부다.”

-사람들의 편견 중 없애고 싶은 게 있나.

“나는 뭐든 솔직히 대하면 진실은 언젠가 전해진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이미지인지 누군가 적나라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싸가지 없다’ ‘말을 가리지 않고 한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아…. 방송에서 나를 출연시키는 이유가 있을 거다. 난 어느 곳에서든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오버를 해서라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그렇다고 내가 원래는 착하다는 뜻은 아니다. ‘싸가지 없다’는 이미지? 그런 면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지만, 하나 짚고 싶은 건,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욕먹지 않는다. 오해는 언제쯤 풀릴까. 더 노력해야겠다.”

가수 서인영. 사진제공|소리바다
가수 서인영. 사진제공|소리바다

● “연기보단 노래…쥬얼리 콘서트 해보고파”

자기감정과 생각에 솔직한 서인영의 매력은 여전했다. 뜻하지 않게 어려움은 겪었지만 신곡을 낸 지금은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그는 얼마 전 KBS 2TV ‘스케치북’ 무대에서 노래하다 가슴에서 뭔가 울컥,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자기 자신의 상처가 가장 아프고 힘들게 느껴진다. 노래로 함께 위로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복귀하면서 굳이 발라드를 택한 이유가 있나.

“노래로 내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누구 말처럼 ‘착한 척’하려는 게 아니다. 서인영의 발라드를 좋아해주는 분들도 많다. 내 마음 상태도 그렇고, 지금 나와 가장 잘 어울린다.”

-그래도 서인영의 전성기는 댄스곡을 할 때였는데.

“나에게 전성기가 있었나? 그런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친구들도 나를 보면 ‘아, 너 연예인이지?’ 한다. 예전에도 지금도 티를 내지 않으니까. 사실 연예인이 뭐 별건가. 무대에 올라서는 ‘나는 멋있다’고 최면을 걸지만 무대에서 내려와선 아무것도 아니다. 어찌됐든, 아름다운 건 다 피고 지게 마련이다. 바쁘게 살아서 뭘 누린 것도 없다. 전성기라고 주목받던 때도 엄청 욕먹었다.”

-댄스곡 발표 계획은.

“‘신데렐라’ 부를 때가 스물다섯 살이었다. 10년 됐다.(웃음) 지금 나이에 맞는 댄스가 뭘까 생각하고 있다.”

-연기해볼 생각은 없나.

“(장)나라 언니랑 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에 같이 출연하면서 친해졌다. 언니가 나오는 드라마는 다 챙겨보고 모니터링한다. 연기의 꿈은 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우선 노래부터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다.”

-연기를 한다면 하고 싶은 캐릭터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레옹’과 ‘인셉션’이다. 스릴러, 액션도 좋아한다. 총 쏘는 전쟁영화도 좋아한다. 아! 저격수 역할을 해보고 싶다. (MBC 예능프로그램)‘진짜 사나이’에 출연한다고 해서 이제 총 한 번 쏘나, 좋아했더니, 해군으로 갔다.”

-쥬얼리 활동 계획은.

“얼마 전에 (박)정아 언니를 만났다. ‘원 모어 타임’으로 활동할 때 우리가 8주 동안 1위를 했다. 그런 노래를 다시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다. 팬들에게도 해준 게 없다. 정아 언니랑 사비를 털어서라도 소극장 공연을 해보자고 약속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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