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과 괴생명체 ‘물괴’ 어설픈 접목 몇몇 장면선 천만영화 ‘괴물’ 떠올라 스크린 데뷔 혜리 연기력도 아쉬움
추석 명절 극장가 흥행 대전에 나선 한국영화 4편 가운데 일주일 먼저 개봉일을 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조금이라도 일찍 관객에 선보여 관심을 끌겠다는 의도이지만 그런 선택이 반드시 작품성을 담보하거나 흥행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기회를 만드는 건 아니다. 영화 ‘물괴’가 이를 잘 보여준다.
12일 개봉하는 ‘물괴’(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가 3일 서울 광진구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시사회를 열고 추석 연휴 네 편의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이야기를 공개했다. ‘크리처 액션 사극’을 표방하는 영화는 주로 현대물에 등장하는 괴생명체(크리처)를 조선 중종 때로 옮겨놓는다.
일단 사극과 크리처 장르의 접목은 신선하지만, 그런 기획을 납득할만한 서사로 완성했는지는 미지수다. “허상”이라고 치부되는 물괴, 그 존재가 만들어낸 공포에 휩싸여 광화문으로 몰려든 백성들, 그들이 손에 쥔 횃불에 담긴 ‘어설픈 메타포’가 왜 등장해야 하는지 의문을 안긴다. 고민 없이 설계한 듯한 느슨한 구성 탓이다.
영화는 중종 22년에 기록된 조선왕조실록에서 출발한다. 괴이한 생명체가 등장해 백성을 현혹시켰다는 기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확장시켰다. 물괴가 등장해 역병이 돌고 민심까지 흉흉해진 이유가 권력을 쥔 영의정(이경영)에 있다고 여긴 왕(박희순)은 옛 내금위장 윤검(김명민)을 불러 수사를 맡긴다. 이에 윤검의 딸 명(혜리)과 오랜 동료 성한(김인권)이 합류해 물괴의 실체를 추적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한 시간 뒤 그 모습을 드러내는 물괴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비주얼로 일단 시선을 잡아끈다. ‘구세대가 남긴 추악한 산물’로 묘사되는 물괴가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하는지가 영화의 성공을 담보하는 핵심. 전체 제작비의 3분의1에 해당하는 30억 원을 투입해 만든 물괴가 과연 2018년에 어울리는 완성도로 탄생했는지, 판단은 관객의 ‘눈’에 달렸다.
배우들의 연기에도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익히 봐온 모습과 개성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않는다. 특히 스크린에 데뷔한 혜리는 앞서 지적받았던 연기적인 단점을 또다시 드러내면서 극에 몰입할 기회를 깬다. 또한 몇몇 장면과 설정에서는 1000만 크리처 무비 ‘괴물’의 향기도 짙게 풍긴다. 물론 처음부터 킬링타임무비로 여기면 크게 문제 삼을 건 없다.
허종호 감독은 “어떤 어려움을 불러온 존재를 두고 싸우는 걸 많이 봤다. 재난이 닥쳤을 때 모두 힘을 합해 이겨나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