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물괴’가 추석 특수를 노릴 새도 없이 아쉬운 퇴장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추석 연휴를 노리고 출사표를 낸 한국영화 4편 가운데 19일 나란히 개봉한 ‘명당’ ‘협상’ ‘안시성’ 보다 한 주 앞선 12일 공개했지만, 원하는 만큼의 이슈 선점은 물론 관객 동원도 이루지 못했다.
김명민·김인권·혜리 주연의 ‘물괴’(감독 허종호·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18일까지 누적관객 66만 여명에 머물고 있다. 총제작비 125억원이 투입된 대형 액션사극인데도 초반 관객 동원이 시원찮다. 게다가 19일 ‘추석 빅3’ 영화들이 일제히 공개되면서 그나마 남은 관심도 빼앗긴 상황이다. 18일 오후 3시 현재 예매율은 10위(영화진흥위원화)로 추락해 향후 스크린 확보도 난항이 예상된다.
‘물괴’는 사극과 크리처(괴물) 장르를 섞은 기발한 시도로 주목받았다. 조선왕조실록(중종 22년)에 짧게 남은 기록을 토대로 삼은 영화는 괴이한 짐승이 나타나 백성을 혼란에 빠트린 상황 아래, 권력을 쥐려는 세력과 이에 맞선 또 다른 이들의 대결을 그렸다. 새로운 시도를 익숙한 서사와 구조 안에 녹여 넣어 상업영화로서 안정적인 구색을 갖췄지만 이런 시도가 완성도로 이어지지 않은 탓에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나치게 도식적이면서도 곳곳에서 빈틈을 노출한 엉성한 서사, 늘 보던 모습에 머무는 배우들의 연기 답습도 ‘물괴’에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제작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이 300만 명 선으로 알려졌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19일 개봉작들의 기세가 상당한 상황을 고려할 때 ‘물괴’는 사실상 100만 돌파도 어렵다는 예측에 힘이 실린다.
‘물괴’의 아쉬운 성적이 누구보다 빼 아픈 이는 김명민이다. 최근 주연한 영화 ‘브이아이피’(137만), ‘하루’(112만),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124만)가 전부 100만 명 수준에 그친 데다, 이번 ‘물괴’는 그보다 현저히 낮은 기록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물괴’에서 김명민은 자신의 고유 시리즈인 ‘조선명탐정’과 지나치게 흡사한 모습을 보인 탓에 관객으로부터 어느 때보다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