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스크린대전②] ‘협상’ 현빈 “악역해보니 자유로워, 엄마가 보시면 어떨지…”

스포츠동아
입력 2018년 9월 21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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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울 것 같던 태풍도 비껴갔다. 그런 뒤 평화의 기운이 다시 온 천지를 감싸며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의 풍성함을 채울 모양이다. 차례상을 물리고 난 뒤 맞는 소박한 밥상 위에도 풍족한 마음만은 넉넉하다.

30대의 물오른 시절을 활기찬 연기활동으로 보내며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세 명의 남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명절의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영화 ‘명당’의 조승우, ‘안시성’의 조인성 그리고 ‘협상’의 현빈이 그 주인공이다. 제각각 다른 색깔과 매력으로 19일부터 나란히 스크린에 나서고 있는 세 남자는 치열한 흥행 경쟁으로 관객 앞에 다채로운 영화 밥상을 차려낸다.

스포츠동아가 만난 이들 세 남자가 각기 설레는 표정과 말로써 초가을 명절의 풍성함을 더해준다.

현빈(36)이 악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직감했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갖게 되는 ‘열매’를 이번엔 현빈이 차지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현빈이 ‘협상’을 통해 노련한 매력으로 추석연휴 관객 앞에 선다. 작품에서만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여유가 넘쳤고, 웃음도 늘었다.

“나쁜 일을 벌이는 인물이지만 연민을 갖고 궁금증을 키웠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이미 ‘창궐’ 출연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일정이 빠듯했지만,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하고 싶었다.”

영화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납치범과 경찰 협상가가 인터넷 화상전화로 벌이는 협상극이다. 지난해 ‘공조’와 ‘꾼’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둔 현빈은 이번에도 범죄액션 장르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인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이 놀라움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악역을 해보니 말이나 행동에 따르는 제약이 덜해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더라.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을 더 해보고 싶다.”

모험을 마다지 않는 그는 “욕심도 커진다”고 했다. “가능하다면 한 번이라도 더 촬영하고 싶고,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아이디어도 낸다”며 “아쉬움을 줄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방법뿐이다”고 했다.

현빈은 역할의 성향을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나름 치밀한 설계도 했다. 극중 담배 색깔부터 앉는 의자의 재질, 손에 쥔 은색 지포라이터까지 모두 “인물과 어울릴 것 같아 직접 고안한 설정”이다.

의욕이 넘치는 현빈은 “새로운 이야기를 향한 호기심이 더 커진다”고 했다. 이런 마음은 최근 다작행보에서도 드러난다. ‘협상’에 이어 10월 새 영화 ‘창궐’, 11월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내놓는다.

물론 자신의 연기나 환경에 늘 만족하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실망할 때? 많지. 특히 촬영장에서 실망감이 크다. 그래도 도전을 멈추진 않을 거다.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 내 연기나 작품을 통해서 단 1분, 아니 1초라도 위안을 얻는 이들이 있길 바란다.”

현빈의 부모님은 여전히 아들의 작품을 마음 편히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는 아들의 액션연기를 보는 걸 꺼린다. 혹여 다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어머니는 영화보다 내가 나오는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하하! 이번 추석엔 무대인사와 드라마 촬영이 있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긴 어려울 것 같다. 이상하게 추석, 설, 크리스마스엔 늘 일이 많다.”

‘협상’의 현빈은 처음 도전한 악역으로도 상당한 매력을 드러낸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협상’ (감독 이종석)

본격 현빈 ‘입덕’ 영화. 동남아시아 거점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가 현직 기자와 경찰 그리고 민간인을 납치하고, 경찰 협상가 하채윤을 대화상대로 지목한다. 어떻게든 인질의 생명을 지키려는 자, 목적을 숨기고 고위 인사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납치범. 둘의 심리게임 속에 나름의 반전을 곁들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인 길만 걷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