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살인’ 논란에 영화 팬 싸늘…평점1점·불매운동 확산 조짐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9월 21일 14시 35분


사진=영화 ‘암수살인’ 포스터
사진=영화 ‘암수살인’ 포스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암수살인’이 10월 3일 개봉을 앞두고 해당 사건의 피해자 측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 최근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여론이 심상치 않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2007년 부산에서 발생한 한 살인사건의 피해자 여동생 A 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암수살인’이 당시 오빠의 상황을 그대로 묘사했고,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상염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A 씨는 해당 영화가 사건 연도를 2007년이 아닌 2012년으로 바꿨으나 극중 인물의 나이, 범행수법 등 실제 사건과 똑같이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 ‘암수살인’ 제작진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피해자 측의 동의 없이 영화를 제작한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은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진작에 찾아가서 설득하고, 노력하고 했어야지. 기본이 안된 것들”(dusd****), “실화를 근거로 했다면서 어찌 유가족 먼저 생각하지 않았는지 무책임한 것 같다. 상영금지에 한 표”(sepi****), “기본 중에 기본을 안 하고 우리는 돈만 벌면 돼 이런 마인드인가?”(atta****), “유가족 2번 죽이는 암수살인 영화”(anyo****), “남의 상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돈만 쫒아가는 영화계”(sk67****) 등이라며 비난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영화를 불매하겠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들은 “영화 암수살인 불매한다. 양심이 있으면 상영하지마라”(get_ri****), “돈에 미친 제작사와 감독이 만든 암수살인은 불매 하겠다. 배우님들의 연기를 못 보는 건 아쉽지만 유가족 분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주면 안 된다 생각한다”(in_blanke****)”, “내가 영화광인데 암수살인 절대 안본다”(zzoc****), “불매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저는 암수살인 불매한다. 피해자 유가족의 동의 없이 제작된 영화는 절대 보고 싶지 않다”(qpwoei****) 등이라고 말했다.

또한 ‘암수살인’의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란에는 “기본적인 도리를 모르는 제작자가 만든 자극적인 영화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라며 가장 낮은 점수인 평점 1점을 매긴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07년 개봉했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그놈 목소리’도 논란이 된 바 있다. 1991년 발생했던 이형호 군(당시 9세) 유괴 사건을 다룬 ‘그놈 목소리’는 이 군의 가족과 유괴범의 통화 녹음을 영화에 그대로 실어 이 군의 가족 측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다만 영화에 삽입된 가족의 목소리를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A 씨가 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 질 지는 지켜봐야겠으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영화가 예정대로 개봉된다 하더라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반응 등 ‘입소문’이 흥행에 큰 영향을 끼치는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개봉 10여일을 앞두고 불거진 이번 논란으로 ‘암수살인’은 꽤 많은 잠재 관객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한편 ‘암수살인’의 배급사 쇼박스 측은 “특정 피해자를 암시할 수 있는 부분은 관객들이 실제인 것처럼 오인하지 않도록 제작과정에서 제거하고 최대한 각색하였다”고 밝혔다.

다만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분들이 상처 받으실 수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 부족하게 느끼시는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늦었지만 제작사는 실제 피해자의 유가족 분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치겠으며, 앞으로 마케팅 및 홍보 과정에서도 유가족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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