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안시성’ 이어 ‘명당’ ‘협상’ 순 기대 이하 관객 손익분기점 물음표 “동시개봉 서로 갉아먹는 결과 초래”
활짝 웃는 승자는 없었다.
한국영화 기대작 세 편이 나란히 개봉해 치열한 흥행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크게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둔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연휴 직전인 19일 개봉한 ‘명당’ ‘안시성’ ‘협상’ 등 세 편의 한국영화 가운데 ‘안시성’이 다른 두 작품을 제치고 2배의 관객 수로 1위를 차지했지만 ‘압도적’이라는 표현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과에 머물렀다는 시선이 나온다.
‘안시성’은 25일 현재까지 전국 1530여개 스크린에서 누적 289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는 2위 ‘명당’(142만여 명)과 3위 ‘협상’(110만여 명)의 2배가 넘는 규모다. 25일 관객까지 포함해 26일 350만여 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수치상으로만 보면 올해 추석 연휴의 극장가 흥행 경쟁은 ‘안시성’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을 단순한 관객 수만을 기준으로 따져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안시성’의 관계자들은 활짝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안시성’은 200억 원대 제작비 규모로 선보인 대작. 대체로 제작비(200억원) 대비 3배 정도의 관객(600만)이 해당 작품을 관람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으로 보는 현실에서 ‘안시성’이 동원한 관객 수치는 관계자들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명당’과 ‘협상’ 역시 1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앞날을 희망적으로만 볼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연휴 이후 시장을 기대해볼 만하지만 극장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마동석 주연 ‘원더풀 고스트’가 개봉하고, 한 주 뒤인 10월3일 김윤석·주지훈의 ‘암수살인’ 등 또 다른 기대작이 관객을 만나게 된다. 연휴를 노린 영화들은 그 힘을 유지하게 하는 물리적 공간인 스크린 역시 이들 신작에 일정 부분 내어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 영화는 개봉 이전 기대한 최종 관객 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맞닥뜨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영화계와 극장가 일각에서는 3∼4편의 한국영화가 같은 시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개봉 및 배급 전략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이 기대만큼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공급으로 수요마저 줄어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올해 각 배급사들은 개봉 2주 전 개봉해 첫 주말 관객몰이를 한 뒤 그 기세를 몰아 추석 연휴까지 이어가는 기존의 전략 대신 1주 전 개봉을 택했다”면서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세 편이 동시개봉해 쌍끌이 흥행은커녕 서로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