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발표회서 리더 RM 6분간 영어 연설
“마음의 소리 듣자” 청년에 호소, “K팝 새 이정표” 美방송 생중계
24일(현지 시간) 오후 제73차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 검은색 정장을 입은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7명이 들어서자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각국 대표들은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느라 바빠졌다.
회의 시작 40여 분 후 스리랑카 출신의 자야트마 위크라마나야케 유엔 사무총장 청년특사는 “여동생이 오늘 이 회의에 오지 못하게 막았다. 나 대신 BTS 연설을 듣고 싶어 했다”고 재치 있게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소개했다. 객석에선 웃음과 큰 박수가 터졌다. 이날 행사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헨리에타 포 유니세프 총재,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등 세계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BTS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뒤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일산(고양시)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24)은 이날 6분여간 이어진 영어 연설을 통해 자신만의 진솔한 얘기로 세계 청년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는 “어린 시절 별을 보며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가 될 거라고 상상했는데, 열 살쯤부터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을 신경 쓰며 그들이 만든 틀에 나 자신을 맞추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안식처였던 음악은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며 나를 일깨웠다”면서 “가슴을 뛰게 하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는 유엔 사무총장의 청년 어젠다 ‘유스 2030’의 일환으로 유니세프가 새로 시작한 청년 프로그램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한국 가수가 유엔총회 행사장에서 연설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이 행사에 ‘글로벌 청년’ 대표 자격으로 초청됐다. 방탄소년단은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러브 마이셀프(#Lovemyself)’ 캠페인을 진행하며 2017년 유니세프의 글로벌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 ‘엔드 바이얼런스(#ENDviolence)’에 동참했다.
미국 언론은 “유엔 연설을 통해 케이팝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며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의식이 있는 가수’로 방탄소년단을 조명했다. CBS는 “고루한 유엔총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했고, ABC는 방탄소년단 연설을 생중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RM의 연설 내용 중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이다’라는 대목을 ‘유엔발 울림’이라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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