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20대로 돌아온 ‘별밤 오빠’

이문세, 정규 16집 ‘우리 사이’ 발표
선우정아-헤이즈와 공동 작업, 다이나믹듀오 개코도 랩에 참여
“지금껏 해보지않은 새 스타일 실험… 이문세표 발라드도 절반 정도 담아”

이문세(왼쪽)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를 맡은 박경림과 함께한 모습. 이문세는 “일 년 중에 제일 좋아하는 달, 10월에 새 앨범을 내게 돼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케이문에프엔디 제공

기록적 폭염을 기록한 올여름 내내, 가수 이문세(59)는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 있었다.

메밀꽃 때문도, 막국수 때문도 아니다. “그 더운데 에어컨 한번 안 틀었네요. 눈곱도 안 뗀 채로 새 노래를 불러 보고 잠들기 직전에도 노래를 불러 봤죠.” 6월 입주한 자신만의 작은 녹음 스튜디오에서 먹고 자면서 새 노래를 다듬고 완성했다.

이문세가 3년 반 만의 정규앨범, 통산 16집 ‘Between Us’로 돌아왔다. 앨범 발표일인 2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24시간 음악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금껏 해보지 않은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를 새 창법으로 불러 보며 마음껏 실험했다”고 했다.

그래서 타이틀 곡 ‘우리 사이’는 이문세답지 않은 노래다. 팽팽한 연줄을 잡고 당기듯 드라마틱한 고음의 멜로디를 절창하지 않는다. 발끝으로 조약돌을 톡톡 차며 나아가는 것처럼 랩 비슷하게 멜로디를 툭툭 던진다.

“선우정아 씨가 건넨 시범 녹음을 처음 들었을 때, 펑키한 요즘 감각이 아주 좋았지만 제 스타일이 아니라 버리려 했어요. 소속사의 20대 막내 직원이 쭈뼛쭈뼛 용기 내 제게 말하더군요. ‘노래가 너무 좋은데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시면 안돼요?’”

마음이 움직인 그는 20대 같은 감각으로 노래를 소화하기 위해 봉평 스튜디오에서 매달렸다. 첫 곡 ‘Free My Mind’는 힙합 그룹 다이나믹듀오의 개코가 랩에 참여했다. ‘희미해서’는 20대 인기 가수 헤이즈가 지은 곡이다.

“헤이즈의 노래를 이문세화하기 위해 수없이 연습하고 보컬 녹음만 50번 이상 해서 겨우 완성했어요. 그만큼 값진 결과물이 돼 뿌듯합니다.”

그는 가을 하면 떠오르는 ‘이문세표 발라드’ 신곡도 절반 정도 담았다고 했다. 오랫동안 떠돈 고 이영훈 작곡가(1960∼2008)와의 불화설에 대해 10분가량이나 할애해 해명했다. “음악적 관계 외에 취미 활동이나 선호하는 것은 맞지 않았지만 음악적 부부관계라 할 만큼 음악에서는 찰떡궁합이었어요. 하필 각자 작업을 하며 소원해졌을 때 투병과 별세가 겹쳐 오해를 낳은 거죠.”

이문세는 앨범 제목 ‘Between Us’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와 깊이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듣는 사람 한 분 한 분과 제가 대화하듯 들리도록 만들고 불렀어요. ‘우리 사이’는 세상의 모든 사랑에 관한 곡이죠. 부모가 아기를 처음 만났을 때, 처음 강아지를 안았을 때, 그 뜨거운 마음들 있잖아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