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 가수 케이윌(37)은 그 긴 시간 동안 소신과 변화 속에 끝없이 갈등하고 고민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이어지는 지독한 자기와의 싸움 끝에 “내려놓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 앨범 작업을 마치자마자 “드디어 끝났다!”라는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고, “그런 감정은 처음”일 정도였다. 6일 발표한 새 앨범은 4집 파트2 ‘상상; 무드 인디고’. 지난해 9월 발표한 4집 파트1 ‘논픽션’의 연장선이라는 의미에서 크게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아니”다. 이번 새 앨범은 케이윌이 데뷔 후 처음으로 공동 프로듀서로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고, 작사와 작곡에도 참여했다. 그가 지금껏 한 번도 자신의 앨범에 프로듀싱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랄 정도지만, “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는 확실한 신념 때문에 그동안 노래만 불렀다.
“노래를 하는 사람은 프로듀싱에 대한 생각은 다 있다. 데뷔하기 전에 가이드나 코러스로 활동할 만큼 보컬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지금까지 보컬리스트 시대였다면 지금은 프로듀서의 시대가 아닌가. 내가 만드는 노래가 가장 나에게 잘 어울리지 않을까. 그래서 당연히 참여도가 높아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데뷔하고 나서 성과를 내고 나니 여러 가지로 부담이 커졌고, 다른 선배들처럼 오랫동안 노래하고 싶었다. 올해 여러 생각이 들면서 이번 앨범에는 자연스럽게 제가 녹아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앨범 타이틀에 ‘무드 인디고’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음악 무드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음악에 대한 생각과 마음가짐은 언제나 그대로”라는 마음을 담기 위해서다. ‘내겐 하나 뿐인 사랑의 색’, 동명의 영화 제목에서 영감을 얻었다.
“무리하지 않고, 과하지 않게 저를 표현하려고 했다. 앨범의 시대가 아닐 수 있지만 제 앨범을 기대해주셨던 분들을 생각하면서 어떤 아이덴티티를 갖고 앨범을 만들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부담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러운 나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제 딴에는 힘을 빼보고 싶었는데, 안 해봤던 것들을 하니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가장 케이윌다우면서 또 다른 케이윌을 보여줄 노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지금까지 제 입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케이윌표 발라드’가 있다면 그것과 다르게 발라드를 하고 싶었다. 분위기나 편곡 자체를 다르게 표현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차이를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하이브리드 팝 발라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발라드 곡은 유독 계절에 민감하다. ‘가을=발라드’라는 공식이 떠오를 정도로 현재 각종 음원차트에서도 발라드 곡이 강세다. ‘케이윌표 발라드’도 가을에 ‘딱’이다.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이러지마 제발’, ‘눈물이 뚝뚝’도 가을에 크게 히트 쳤고, 새 앨범 발표 전 공개한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 삽입곡 ‘내 생에 아름다운’도 깊어지는 가을에 맞게 인기다.
“하하하! 절대 가을이라는 계절을 목표로 앨범을 발표한 건 아니다. 의도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인기곡들도 모두 가을이 아닌 계절이었다. 돌이켜보니 어느 자리에 가서 노래를 불러 달라는 요청을 받는 곡들이 유독 가을에 발표한 곡들이다. 신기하다. 그 곡들의 공통점은 모두 발표한지 몇 년씩 된 곡들이다. 당시에는 크게 사랑받지 못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천천히 반응이 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OST 수록곡과 신곡이 차트에서 경쟁 중이다. 엄청난 부담으로 공들여 만든 앨범이라 차트 성적이 신경 쓰일 만도 하다. 하지만 그는 “가수 입장에서 좋은 의미이지 않느냐”며 웃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선보인 곡이라면 어떤 곡이든 사랑을 받는 게 “최고”라는 이야기다.
케이윌은 최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식했다. 물론 노래가 그 배경이 됐다. ‘케이윌은 애국가’라는 검색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최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애국가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그는 두산의 열렬한 팬이다. 그가 관람하는 경기마다 우연찮게 승리하자 ‘승리의 요정’이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앨범 작업을 마무리하고 일정 등을 조율하면서 굉장히 예민한 시점이었는데, 애국가를 불러달라는 제의를 받고 가장 기쁘고 행복했다. 팬으로서 가장 큰 영예다. 하하하! 1차전에서 애국가를 부르다니. 이제는 ‘승리 요정’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놔야겠다. 팀이 졌다. 앨범 나오기 이틀 전이었지만 굉장히 행복한 마음으로 불러 영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