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와 하정우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영어대사 연기가 이들이 각각 주연한 영화의 리얼리티는 물론 퀄리티까지 높이고 있다. 영화와 연기에 관한한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인 두 배우의 진가가 다시 한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혜수는 28일 개봉하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제작 영화사집)을 통해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치열한 과정을 스크린에 옮긴다. 영화에서 그는 국가 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감지, 심각성을 알리는 한편 IMF 지원이 아닌 자체적으로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역으로 활약한다.
김혜수는 특히 영화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IMF 협상 장면을 경제용어 등 전문용어로 채워진 영어대사로 전부 소화했다. 이를 통해 실제 협상 테이블로 관객을 인도하는 듯한 리얼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평소 실력도 작용했지만 이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김혜수는 “자다가 일어나서도 외울 만큼 영어 대사를 연습했다”며 “우리나라 국민으로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하는 부분에서 영어대사가 나오기에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밝혔다.
하정우도 12월26일 개봉하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제작 퍼펙트스톰필름)에서 대사의 대부분을 영어로 소화한다. 그동안 왕성한 영화 작업을 벌여왔지만 영어 대사를 소화하는 이야기로 관객을 찾은 적은 드물었기 때문에 그의 도전은 시선을 끈다.
영화는 미국 CIA의 의뢰를 받은 글로벌 군사기업 캡틴(하정우)과 그 팀이 작전 수행 중 DMZ 지하 30미터 비밀벙커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벙커를 빠져나와야 하는 이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리얼타임 액션을 그리고 있다.
영어에 능숙한 하정우이지만 이를 영화 대사로 소화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됐다. 그는 “감독님과 영화를 준비하는 5년 동안 가장 급했던 건 영어대사였다”며 “작업 과정에서 영어 대사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오랜시간 익히고 연습하면서 준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