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드라마는 15년 차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15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은 탄탄한 고증으로 의학 드라마의 열혈팬층을 형성했다.
흉부외과 조교수 윤수연 역을 맡아 호평받은 배우 서지혜(34)는 21일 인터뷰에서 “촬영을 거듭할수록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수술 장면 촬영 때마다 대역 없이 더미(dummy·인체 모형)를 놓고 6, 7시간씩 실제 과정처럼 연기했어요.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는 실제처럼 보이려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흉부외과’ 제작진은 수술실, 중환자실, 아동병동 등 분야별 자문의사 5명을 섭외해 번갈아가며 촬영 현장에 동행시켜 현실과 동떨어진 장면을 고쳐 나갔다. 그러다 보니 ‘디테일’이 돋보였다. 극 초반부 수술 중 파열된 심장에 본드를 바르는 장면은 작위적이란 질타를 받았는데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재현한 장면이었다. 서지혜는 “의사들로부터 가장 실제에 가까운 드라마란 평을 들었을 때 제일 뿌듯했다”고 했다.
서지혜는 올해 초 방영한 KBS ‘흑기사’의 패션디자이너를 비롯해 주로 검사나 아나운서 같은 전문직 종사자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일부러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배역을 고르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예전 작품에서 뺨을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내가 때린 것처럼 보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웃었다.
지난 작품들의 주제가 ‘검사의 연애’나 ‘아나운서의 연애’였다면 이번엔 32부작 내내 흔한 러브라인 하나 없었던 데다 대부분 수술복에 마스크 차림으로 나와 의사라는 직업 자체에 더 몰입하게 됐다고 한다.
촬영 후반부에는 간호사 역할의 단역 배우들에게 수술 진행 과정이나 도구 이름 같은 걸 직접 설명해줄 정도였다. 그는 “작품 속에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지만 의사 역할이 가장 특별했다. 배우가 아닌 의사로 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MBC 드라마 ‘신돈’에서 노국공주 역을 맡으며 신인 때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대 후반 슬럼프가 찾아와 ‘연기 재능이 없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제 30대인 그는 ‘오래 버티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화면에 예쁘게 나오려는 욕심은 내려놓을 때가 됐어요. 언젠가는 저도 주인공의 이모나 엄마, 할머니 역할을 맡게 되겠죠. 어떤 역할이라도 진정성 있게 소화하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