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 ‘돈 자랑’ 식 해명 나만 불편해? 문화적 토양 차이서 오는 괴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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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7일 16시 30분


사진=엠넷 제공
사진=엠넷 제공
“돈 뭐 1000만 원? 컴온 맨(Come on man), 내 한 달 밥값밖에 안 되는 돈인데 그걸 빌리고 잠적해서 우리 삶이 나아졌겠어.”

부모가 빚을 지고 갚지 않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래퍼 도끼(28·이준경)가 ‘돈 자랑’을 하며 힙합 식으로 관련 의혹을 반박해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도끼가 한 ‘돈 자랑’은 힙합문화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돈을 자랑 한다’는 뜻 뒤엔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힙합은 1970년대 초반 미국 흑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음악이다. 당시 흑인들은 베트남 전쟁 확전 등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사회에서 큰 피해를 봤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마약상과 갱스터들이 가득한 거리로 내몰렸다.

그곳에서 흑인들은 자신들의 생존 및 대응 방식으로 문화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새로운 음악에 빠져들었다. 힙합이었다. 그렇게 내일이 없는 삶을 살던 일부 흑인 래퍼들은 랩 하나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힘든 성장과정을 딛고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그들은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냈다. 그렇게 돈 자랑은 힙합의 하위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도끼가 그간 돈 자랑을 해온 이유도 부유하지 않던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도끼는 2015년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초호화 저택, 외제차량 등을 공개하며 “어렸을 때 컨테이너 박스에 살았을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내 랩과 음악으로 떳떳하게 돈을 벌었다. 사람들에게 ‘도끼도 했으니까’라고 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해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도 “힘들게 음악을 했고 (국내에서) 흔치 않은 힙합이라는 장르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혼혈에 키도 작은 나 같은 사람도 희망을 가지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모의 사기 의혹을 해명하는 자리에서까지 돈 자랑을 한 도끼를 바라보는 일부 누리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단 힙합이란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누리꾼들은 돈 자랑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힙합을 좋아하는 일부 팬들도 돈 자랑을 해서는 안 되는 자리, 상황이었다고 지적한다.

타이거JK 등 힙합 1세대들이 들여온 국내 힙합과 미국 본토의 힙합은 문화적 토양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도끼의 돈 자랑에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하는 이가 많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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