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이 윤계상과 영화 ‘말모이’(제작 영화사램프)를 함께한 소감이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들이 서로 얼마나 신뢰하는지 오직 작품으로 증명된다.
유해진과 윤계상이 합작한 ‘말모이’가 근래 보기 드문 진솔하고 뭉클한 이야기로 완성됐다.
개봉일인 1월9일까지 3주나 남아있는데도 18일 첫 시사회를 열고 작품을 공개한 것부터 ‘자신감’이 엿보인다. 평가를 일찌감치 받아 입소문을 퍼트리겠다는 전략이다. 제작진의 의도는 ‘적중’할 것으로 보인다.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려는 이들이 비밀리에 조선말대사전을 만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940년대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기도에 맞서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이들의 이야기가 무겁지 않게, 담백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감동과 눈물은 덤이다.
최근 출연작마다 흥행을 맛본 유해진과 윤계상은 ‘되는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입증했다. 유해진은 불과 두 달 전 5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완벽한 타인’에 이어 친근하고 소탈한 매력을 과시한다. ‘감옥소 들락거리는 까막눈’이던 그가 차츰 우리말에 빠져들고 끝내 소신을 다하는 모습은 관객의 공감을 얻기 충분하다. 지난해 ‘범죄도시’를 통한 악역 변신으로 호평과 흥행을 잡은 윤계상은 조선어학회를 이끌며 사전 편찬에 모든 것을 거는 신념 강한 인물로 제 몫을 해냈다.
2015년 ‘소수의견’에서 호흡을 맞추고 3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 서로에 갖는 믿음의 깊이는 시사회 뒤 간담회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해진은 “윤계상은 뜻을 같이하는 동지”라고 했다. 이에 윤계상은 “배우로서 나아가야 하는 곳에 먼저 가 있는 선배가 바로 유해진”이라고 화답했다.
‘말모이’는 지난해 1218만 관객을 모은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엄유나 작가의 연출 데뷔작이다. 신인답지 않은 연출력을 드러낸 감독은 “우연히 말 모으기 작전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며 “일제에 맞서 우리말을 지킨 이름 없는 이들의 감동을 관객에게도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