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56)이 27일 신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멤버이자 동갑내기 친구 고(故) 전태관을 애도했다.
김종진은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27일 밤 드러머 전태관 군이 세상을 떠났다. 6년간 신장암 투병을 이어왔습니다만, 오랜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고 전했다.
김종진은 “그는 여기에 없으나 그가 남긴 음악과 기억은 우리에게 오래도록 위로를 줄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종진은 지난 10월 봄여름가을겨울의 데뷔 30주년 기념 헌정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간담회에서 당시 투병 중이던 고인과 과거에 했던 약속을 언급한 바 있다.
두 사람은 1986년 고(故) 김현식이 결성한 밴드로 가요계에 첫발을 들였으나 김현식의 대마초 흡연 적발·구속으로 팀이 와해하면서 2인 밴드 봄여름가울겨울로 독립했다. 두 사람은 1988년 1집 앨범을 발표한 이후 약 30년간 친구이자 음악적 동료로 함께해 왔다.
당시 간담회에서 김종진은 “둘이 음악을 시작할 때 ‘투 두 리스트’(TO DO LIST)를 만들었는데, 운 좋게도 딱 하나 빼고 다 이뤘다. 못 이룬 건 ‘백발이 생성해도 무대에서 섹시한 뮤지션으로 남자’, 그리고 ‘무대 위에서 죽자’다”라고 밝혔다.
또 김종진은 “투 두 리스트 중에 ‘힘들어져도 대중 앞에서 결코 추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가 있었다”며 “지금 상황에 추하다는 단어가 적절치 않지만, 전태관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태관은) 6년 전 신장암이 시작됐고, 2년 전 어깨뼈로 전이됐다. 이후 암이 뇌, 척추뼈, 골반으로 전이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암세포와 잘 싸워서 한 번도 지지 않고 백전백승했다”며 “이번에도 이겨낼 거라 믿는다”며 친구의 쾌유를 빌기도 했다.
두 사람은 ‘백발이 생성해도 섹시한 뮤지션으로 무대 위에서 죽자’고 약속했지만, 안타깝게도 미완의 약속이 됐다.
한편 27일 세상을 떠난 고 전태관은 2012년 신장암으로 한쪽 신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 암세포가 어깨뼈, 뇌 등으로 전이돼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고인은 6년간의 암 투병 끝에 별세했으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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