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출한 ‘투톱’ 여성 감독의 탄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2일 10시 02분


영화 \'말모이\'의 엄유나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말모이\'의 엄유나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걸출한 실력을 갖춘 여성감독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나란히 등장했다. 연출 경험이 적거나 심지어 연출 데뷔작인데도, 그 사실이 무색한 실력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그동안 여성감독이 자주 도전하지 않았던 장르에 과감히 나서 대중과의 소통까지 이루고 있다.

영화 ‘말모이’를 통해 연출 데뷔한 엄유나 감독과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매회 시청률 기록을 새로 쓰는 김희원 감독이다. 이들을 향해 관객과 시청자의 관심은 물론 관련 업계의 기대까지 쏠리고 있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강점을 바탕에 둔 이들은 익숙하게 접한 장르를 그리면서도 이를 새로운 시선으로 그리면서 작품에 생생한 공기를 불어넣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덕분에 작품을 보는 이들을 강력하게 빨아들인다.

● 엄유나 감독 ‘택시운전사’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데뷔한 엄유나 감독은 ‘말모이’가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 연출부 경험을 거친 뒤 시나리오 작가로 오랜 시간 활동해온 그의 이력은 곧 최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감독은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에 둔 이야기를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일제강점기 여러 탄압을 딛고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로 우리말의 가치를 담아내고,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메시지 역시 놓치지 않는다.

엄유나 감독은 2017년 12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했다.

영화계에 몸담은 시간이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자신의 이름을 알린 시작은 ‘택시운전사’부터다. 이후 작업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불과 2년 만에 연출 데뷔작인 ‘말모이’를 내놓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엄유나 감독은 영화계에서 비교적 자주 제작되지만 정작 여성감독에겐 그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일제강점기 시대극’을 완성했다는 사실에서도 시선을 끈다. 당대 시대가 만드는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작지만 단단한 희망을 담아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신인감독과의 작업을 두고 베테랑 배우들도 만족을 표한다.

‘말모이’ 주연 유해진은 “신인감독이라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고, 윤계상 역시 “우리 영화의 바탕에는 ‘사람’이 깔려있다”며 “사람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하고 뜨거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가능하게 만든 이는 엄유나 감독”이라고 했다.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하는 김희원 PD. 스포츠동아DB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하는 김희원 PD. 스포츠동아DB

● 김희원 감독, ‘젊은 정통 사극’의 시대 이끌어

지상파를 포함해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지키는 ‘왕이 된 남자’의 김희원 감독을 두고 방송가 안팎에선 호평을 섞은 기대를 꺼내고 있다. 무게감을 더해야 하는 정통 사극 드라마 연출을 여성감독이 맡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상황에서 ‘편견’과 ‘한계’를 보기 좋게 부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성에서도, 시청률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기도 하다.

김희원 감독은 지난해 2월까지 방송한 MBC 드라마 ‘돈꽃’을 통해 그 실력을 드러냈다. 이전까지 MBC 소속으로 미니시리즈부터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를 넘나들며 공동연출에 이름을 올려왔던 그는 첫 메인 연출로 나선 ‘돈꽃’에서 인간이 지닌 욕망과 사랑, 그리고 복수의 이야기를 짜릿하게 그려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탁월하게 이끌어 화면에 담아내는 실력 덕분에 당시 드라마 시청률은 20%까지 치솟았다.

감독의 실력은 이번 ‘왕의 된 남자’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1200만 관객이 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리메이크하면서도, 원작과는 또 다른 작품의 탄생을 이끌고 있다. 21일 방송한 5회부터는 원작 영화가 담지 않은 ‘그 이후의 이야기’로 접어들면서 드라마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왕이 된 남자’는 기존 정통 사극과 비교해 주연 배우의 나이를 대폭 낮춰 20대 초반인 여진구와 이세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모험’도 감행했다. 하지만 이를 오히려 강점으로 만드는 감독은, 배우들의 깊은 감정 연기를 이끌어내면서 ‘젊은 전통사극’의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도 얻는다.

개봉 3주째에 접어든 ‘말모이’는 250만 관객에 다다르고 있다. 7일 시작한 ‘왕이 된 남자’는 21일 방송에서 시청률 8.1%(닐슨코리아)를 기록,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굳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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