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후보에도 못 든 ‘버닝’…보수적인 아카데미의 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4일 06시 57분


영화 ‘버닝’.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 ‘버닝’.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가족·기독교 정신 중시 보수성 강해
북미 평단 호평 불구 최종 후보 탈락


영화 ‘버닝’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최종 후보를 노렸지만 불발됐다. 한국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후 57년 동안 다양한 영화로 후보 선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앞서 칸을 비롯해 베니스, 베를린 등 유수 영화제 수상 등 해외에서 많은 성과를 얻으며 명성을 쌓아왔다. 그럼에도 유독 미국 아카데미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주관하고 시상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회원 및 심사위원들의 성향에서 첫 번째 이유를 찾는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소속 회원은 약 6000여명. 이 가운데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중 ‘의무관람’ 편수인 12편을 본 이들이 투표에 참여해 예비후보작을 꼽고 이를 바탕으로 외국어영화상 집행위원회가 최종 후보작을 선정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상은 이를 주는 이들과 심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향방이 갈리기 마련이다. 작품적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다”면서 “영화예술아카데미협회 회원들은 대체로 비교적 연령층이 높고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성향과 전통적 가치에 한국영화가 폭넓게 다가갈 수 있는 보편성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영화평론가인 정수완 동국대 교수도 “제작자, 감독, 배우, 비평가 등 영화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관객도 회원으로 참여한다”면서 “이들은 가족주의, 기독교 정신 등을 중시하며 비교적 보수적인 색채를 드러내왔다. 따라서 이들의 성향과 가치 기준에 가까운 영화가 선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버닝’의 경우 올해 후보작으로 선정될 자격이 충분했다고 국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북미지역 평단을 중심으로 쏟아졌던 호평이 그 하나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들은 “비평가와는 또 다른 시선을 지닌 아카데미상의 보수적 색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영화의 아카데미상 도전과 진출 그 자체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데 시선을 둔다. 전 평론가는 “여전히 미국에서는 한국영화를 변방의 문화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며 “아카데미상 후보작이 되거나 수상함으로써 좀 더 폭넓은 해외시장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 문화외교적 측면에서 좀 더 긴밀한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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