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는 소식에 영화계도 추모 행렬을 잇고 있다. 배우 나문희는 고인의 빈소를 직접 찾았고, 변영주 감독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이야기를 그려온 영화의 주역들이다.
나문희는 29일 오후 고인의 빈소인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그는 “고생 많이 하셨으니 날개를 달고 편한 곳, 좋은 곳에 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문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미 의회를 찾아 일제강점기에 당했던 고통을 전 세계에 알리기까지 겪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주연. 영화는 김 할머니가 1992년 8월 위안부 피해를 처음으로 증언했던 사실을 모티브 삼았다.
1995년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한 변영주 감독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김복동 할머니는 세상 모든 것을 수줍어하고, 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그런 분이셨다. 그럼에도 그녀는 세상에 스스로를 밝히고 전선의 앞줄에 힘겹게 섰다”고 말했다. 이어 “한 걸음을 걷기로 결심하고 그녀는 세상 모든 피해 여성의 깃발이 되었다”며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싸움에 나섰던 고인을 위로했다.
김조광수 감독도 SNS에서 “이제 편히 쉬세요. 남은 저희가 열심히 싸우겠습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 할머니가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고 김복동 할머니는 1926년 경남 양산 태생으로, 1940년 만 14세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1992년 제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한 그는 이후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며 끊임없는 싸움을 벌여왔다. 2012년 이후 미국과 영국 등 해외로 날아가 전쟁 성폭력을 규탄해왔다. 분쟁 지역 어린이들과 재일 조선학교 등을 위한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고인의 장례는 시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2월1일 오전 6시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