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이 많다 못해 흘러넘친다. 외모, ‘끼’, 성격,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남자는 물론 여자들까지 한 번 보면 팬으로 만든다.
탤런트 오나라(45)는 이런 밝은 에너지의 근원은 ‘사랑’이라며 웃었다. JTBC 드라마 ‘SKY캐슬’이 시청률 23%를 넘기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란다. 밥 안 먹고, 잠 안 자도 행복하다며 “이 세상 모든 게 예뻐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SKY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의 명문가 사모님들의 자녀교육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오나라는 염정아(47), 이태란(44), 윤세아(41)와 함께 주연으로 활약했다. 캐슬 안 엄마 넷 중 한명인 ‘진진희’ 역을 맡아 톡톡 튀는 매력을 드러냈다.
“오나라 앞에 주연이라는 멋있는 단어가 생겼지만, 주연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 그래서 ‘찐찐’(진진희 애칭)이 인간적으로 보인 게 아닐까. 예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했다. 사실 시청률 15%를 넘었을 때는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나이 먹고 뒤늦게 이런 일이 찾아왔는데 ‘기고만장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 일단 스스로를 자제시키고 주인공병 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제부터 오나라 옆에 주인공 수식어가 붙었느냐. 칠십 넘어서도 연기하는 게 꿈이다. 앞으로도 주·조연 생각하지 않고 내가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걸 할 거다. 내가 연기하면서 행복해야 보는 사람도 행복하니까.”
실제로 만난 오나라는 진진희 그 자체다. 오나라인지 진진희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찐찐’은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무식하지만 무식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 당당함이 나와 닮았다. 나를 많이 녹여서 연기해 인간적인 내 모습이 많이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진진희는 빌딩부자 아버지 아래서 금지옥엽처럼 자란 인물이다. 방송연예과를 졸업하고 단역배우로 활동하다가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정형외과 의사 ‘우양우’(조재윤)와 결혼했다. 상류층 사모님들이 모인 캐슬에 입성한 후 여기저기 말을 전하며 이간질했다.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나라는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난 찐찐과 달리 줏대가 있다. 의리를 가장 중요시 한다”면서도 “작가님이 써 준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얄미워 보일 때는 철저하게 얄미워야 한다. 그래도 연기자는 사랑 받고 싶은 본성이 있지 않느냐. ‘왜 이간질하고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할까?’ 속상했는데, 내 마음을 한 방에 녹여주는 신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들 ‘수한’(이유진)을 안고 ‘엄마도 잘 몰라서 그래. 엄마도 처음이라서 그래’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진짜 몰라서 롤모델로 삼은 한서진만 맹목적으로 따라 다니지 않았느냐”며 “모르는 걸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진진희 성격이 구축됐고, 귀여움이 동반되면서 예쁜 가정으로 사랑 받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남편 역의 조재윤(45)과 조화도 최고였다. 특히 조재윤이 오나라에게 애드리브로 부른 ‘찐찐’이라는 애칭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조재윤이 워낙 악역을 많이 한 탓에 선입견이 있었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예쁘다’ ‘귀엽다’ ‘잘 한다’고 해줘 마음이 녹았다. “그 감정을 받고 어떻게 윽박지르고 때리겠느냐”며 “자연스럽게 애정선이 생기면서 귀여운 부부가 저절로 만들어졌다”며 좋아라했다.
미혼인데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 연기가 어색하지는 않았을까. ‘엄마 흉내 내는 것 같으면 어떡하나?’하는 고민이 컸다. 수한 역의 이유진(15)을 마주한 순간 기우라고 생각했다.
“유진이는 이 작품이 안방극장 데뷔”라며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눈망울이 사랑스럽더라. 조미료 하나 안 치고 순수하게 연기하는 모습에 끌렸다”고 귀띔했다 “5~6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매주 키가 자라서 오더라. 키가 10㎝ 이상 컸고, 수염도 자라나 변성기가 왔다”면서 “내가 ‘이 아이를 키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엄마는 너 없으면 죽어’라는 대사가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다”며 애정을 드러냈다.오나라는 계원예술고등학교 졸업 후 경희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학력고사 세대지만 요즘 교육 현실에 누구보다 공감한다. ‘그 때와 지금은 달라진 게 없구나’라고 느꼈다. “난 예체능을 해 지금과 비슷했다”며 “교수 라인을 타야 해서 중간에 브로커,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과 같은 분이 연결해줬다. 학교 아니면 집 생활을 7년 가까이 해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오나라는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했다. ‘김종욱 찾기’(2006~2009), ‘싱글즈’(2007), ‘점점’(2009) 등을 통해 뮤지컬계 ‘로코 퀸’으로 거듭났다. 2008년 SBS TV ‘달콤한 나의 도시’로 안방극장에 넘어왔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품위있는 그녀’(2017)를 시작으로 ‘나의 아저씨’(2018)와 ‘SKY캐슬’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대박 드라마에는 모두 오나라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선택할 입장이 아니”라며 “훌륭한 작품이 찾아와줘 기쁘다”고 했다.
‘SKY캐슬’이 대박 나 주·조연뿐 아니라 아역까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뿐 아니라 광고, 화보, 예능 등 쏟아지는 러브콜로 인해 질문에 짧게 답하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오나라는 이틀 동안 100여개 가까운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한 번도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사진기자들까지 리드하며 밝은 기운을 내뿜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오나라는 연기 잘하기로 유명하다. ‘디테일하게 연기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하자,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 20년 넘게 연기 생활한 순간들이 스치며 벅차 오른 듯 했다.
‘SKY캐슬’의 조현탁 PD는 ‘유나의 거리’(2014) 한 신을 보고 오나라를 캐스팅했다. ‘신기하게 오나라한테만 카메라가 가면 활어처럼 뛰어다닌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PD 역시 ‘용팔이’(2015) 속 한 장면을 보고 ‘연젠가 꼭 한 번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했단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 쌓이고 쌓여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감독님 미팅하러 가면 의외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스쳐 지나가서 모를 법한 장면과 대사를 기억하고 있더라. 나도 기억나지 않는 신을 얘기해 소름 끼치곤 했다. 정말 연기자는 어느 한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 좌우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건데, 연기에도 묻어나오는 것 같다.”오나라는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뮤지컬 ‘명성황후’(2002)에서 인연을 맺은 김도훈과 20년째 열애 중이다. 연기자 출신인 김도훈은 YG케이플러스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틀 내내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받았다. 오랫동안 연애하는 비결로 ‘웃음 코드’를 꼽았다. 권태기는 한 번도 없었다며 항상 ‘오빠를 어떻게 웃겨줄까?’ 고민한단다.
“연애만 하니 시집 스트레스가 없다”면서도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결혼하려고 하면 작품에 들어가서 계속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오빠가 불안해하지 않느냐고?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남자들과 입술 박치기를 했다. 이번에도 조재윤 오빠와 부부 호흡을 응원해줬다”며 고마워했다.
가장 해보고 싶은 장르로는 멜로를 꼽았다.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정통 멜로”라고 강조했다. “연하든 연상이든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를 꿈꾼다. 사람들이 지금 리즈 시절이라고 하는데, 가장 예쁠 때 멜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스스로 몇 번 째 전성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뮤지컬 할 때가 제1의 전성기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나의 아저씨’ 때는 ‘이건 뭐지?’ 싶더라. 지금은 3번째 전성기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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