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 ‘살인의 추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20일 06시 57분


최고의 작품 공동 2위 ‘오발탄’
최고의 작품 공동 2위 ‘오발탄’
■ 1919∼2019 한국영화 100년|① 총론

최고 감독에선 봉준호·박찬욱 뒤이어
신성일·최은희 등 남녀 명품배우 꼽아

“당신이라면 대체 가능한 일이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설문조사에 응답해 달라는 요청에 반문했다. 이들은 그 많은 명작과 뛰어난 감독과 배우들 중 어떤 작품을 혹은 누구를 최고로 꼽을 수 있겠느냐고 스포츠동아 취재진에게 물어왔다. 1919년 10월27 일 ‘의리적 구토’ 이후 수많은 한국영화가 관객을 만나왔고, 숱한 불멸의 명작의 목록을 작성해도 모자랄 터인데 도대체 최고를 꼽을 수 있겠느냐고 되돌려 물었다.

전문가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1960년대 이후부터 활동해온 이들부터 최근 활발히 일하고 있는 관계자들까지 100명의 전문가들은 답변에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일부 설문의 답변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민의 결과는 장문의 설명으로 각기 선정 이유를 밝힌 적지 않은 답변에서도 배어나왔다.

그만큼 고심과 녹록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과 감독과 배우가 선정됐다. 이는 스포츠동아가 창간 11주년을 맞아 전문가들과 함께 전하는 한국영화 100년의 빛나는 성취이기도 하다. 이를 시작으로 관련 기획보도를 올해 말까지 이어간다.

최고의 작품 공동 2위 ‘올드보이’. 사진제공|쇼이스트·CJ엔터테인먼트
최고의 작품 공동 2위 ‘올드보이’. 사진제공|쇼이스트·CJ엔터테인먼트

●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다. 1980 년대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 삼아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담아냈다. “전무후무한 완성도”로 스릴러라는 “장르의 용광로에 시대와 인간을 녹여내”며 “대중성”을 획득했다.

이어 유현목 감독의 1961년작 ‘오발탄’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꼽혔다. ‘오발탄’은 “분단의 비극을 지적이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그려낸 걸작”, ‘올드보이’는 “인간의 다양한 면면을 모든 장르로 표현한 극단의 아름다움”의 찬사를 받았다.(스포츠동아는 세 작품을 포함해 ‘최고의 영화’로 꼽힌 45편을 올해 말까지 지면을 통해 한 편씩 소개할 예정이다.)

최고의 감독 2위 봉준호
최고의 감독 2위 봉준호

●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감독

명작의 연출자인 감독들은 한국영화계의 ‘자부심’이다. 임권택 감독이 선두에 서 있다. “한국영화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그는 “매번 새로움을 보여준 훌륭한 예술가”로서 충무로의 존경을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완벽하고 치밀한” 그리고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이고, 보편적이면서 개성적인” 연출 면모로 그 뒤를 이었다. 또 ‘하녀’(1960년)의 김기영 감독은 “불세출의 모더니스트”로서 “가장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와 함께 꼽힌 박찬욱 감독은 2003년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 수상으로 “한국영화 세계화의 첫 걸음”을 내디디며 “고유함을 예술과 대중에게 확장한 유일무이한 감독”의 실력을 지녔다.

최고의 남자배우 2위 신성일
최고의 남자배우 2위 신성일

●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남자배우

가장 많은 전문가가 꼽은 송강호뿐 아니라 한국영화는 100년 동안 개성 강한 배우들을 숱하게 배출해냈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신성일이 대표적이다. 1960년 ‘로맨스 빠빠’로 데뷔해 524편(한국영상자료원)에 출연한 그는 “슈퍼스타 혹은 톱스타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며 청춘의 진수를 보여준 매력적인”배우였다. ‘맨발의 청춘’ 등 “명작에서 각양각색의 남성상을 펼친 그의 활약상을 뛰어넘기엔 100년의 세월이 아직 짧다”는 평가가 최고 배우라는 명성이 여전히 모자람을 보여준다.

‘국민배우’ 안성기도 전문가들은 빼놓지 않았다. 5살 때 김기영 감독의 1957년작 ‘황혼열차’에 출연한 이후 60년이 넘는 세월을 배우로서 살아온 그는 그만큼 “시대가 상징하는 인물을 가장 잘 소화”해냈다. “항상 대가”로서 그에게 여전히 관객은 강한 신뢰를 보낸다.

1960년대 ‘마부’ ‘박서방’ ‘로맨스 그레이’ 등을 통해 “서민의 애환을 표출하는 데 특출”했던 김승호. 푸근한 인상으로 힘겨웠던 시대를 지나는 아버지였던 그는 “한국전쟁 이후의 암담한 현실과 숨가쁜 근대화의 과정에서 서민의식을 대표”한 “연기파 배우”로 기억된다. 김진규·이병헌, 최민수·최민식·한석규, 허장강·설경구·황정민 등도 한국영화 100년의 성과를 안긴 배우들로 꼽혔다.

최고의 여배우 2위 최은희
최고의 여배우 2위 최은희

●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여배우

전도연(스포츠동아 2019년 3월21일자 인터뷰 게재 예정)은 최은희, 김지미, 강수연, 윤정희·문희 등 많은 선배들을 뛰어넘는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렇다고 이들 선배들의 성과를 간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최은희가 ‘납북과 탈출’처럼 “질곡의 삶을 단단한 연기력”으로 드러냈다고 가리켰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성춘향’ ‘지옥화’ 등을 통해 “고전적 여성상에서 근대적 팜파탈”에 이르는 “한국영화의 여성상”을 표현한 배우였다. 뒤이은 김지미는 1960년대 “객석에서 ‘악’ 소리가 날 정도”의 뛰어난 외모를 지녔지만 이를 내세우지 않고, ‘춘향전’ ‘하숙생’ ‘대원군’ 등을 통해 “성격파 연기자”자로서 호평 받은 그는 1980년대 ‘티켓’ ‘길소뜸’으로 여성의 현실을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이어 강수연을 한국영화 100 년사의 최초 “월드스타”로 부른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주요 해외 영화제(베니스) 첫 수상 기록을 지닌 그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연산군’ ‘아제아제 바라아제’, ‘경마장 가는 길’ ‘베를린 리포트’ ‘그대안의 블루’ 등 장르를 넘나들며 도발적인 매력과 함께 절망적인 현실의 한 자락을 드러냈다.

1960년대 남정임과 함께 ‘트로이카’로 불린 윤정희·문희, 1970∼80년대 남성 관객을 울린 정윤희 그리고 김혜수와 심은하 등도 한국영화사 100년, 여배우의 표상으로 남았다.

[이렇게 조사했습니다]

1.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은?(2편씩 선정)
2.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감독은?(이하 1인씩 선정)
3.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남자배우는?
4.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여배우는?

설문 기간 : 2018년 12월20일~2019년 2월8일
참여자 및 인원 : 감독·제작자(프로듀서 포함)·홍보마케터·평론가 등 영화 전문가 100명
(아래 명단 참조)
대상 작품 : 1919년 10월27일부터 2018년 12월20일까지 개봉 한국영화

설문 응답자(총 100명·가나다 순)

▲강성률(평론가) ▲강우석(감독) ▲강유정(평론가) ▲강제규(감독) ▲강지연(영화사 시선 대표) ▲강한섭(평론가·서울예대 교수) ▲곽경택(감독) ▲곽신애(바른손이앤에이 대표) ▲권병균(아트서비스 대표) ▲권영락(시네락픽쳐스 대표) ▲길영민(JK필름 대표) ▲김광현(영화사 하늘 대표) ▲김권식(CJ엔터테인먼트 기획개발팀장) ▲김동현(메리크리스마스 이사) ▲김두호(평론가) ▲김상오(오죤필름 대표) ▲김선엽(평론가) ▲김성수(감독) ▲김성우(다이스필름 대표) ▲김성환(어바웃필름 대표) ▲김영진(평론가·명지대 교수) ▲김용화(감독) ▲김원국(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 ▲김의석(감독) ▲김정민(필름케이 대표) ▲김재중(무비락 대표) ▲김조광수(감독) ▲김종원(영화사학자·평론가) ▲김지연(싸이런픽쳐스 대표) ▲김태영(감독) ▲김현우(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 ▲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김호선(감독) ▲나경찬(인벤트스톤 대표) ▲남동철(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민병록(평론가·동국대 명예교수) ▲박민희(프로듀서) ▲박준경(NEW BREND 사업부문 대표) ▲박철수(필름몬스터 대표) ▲배장수(평론가·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 ▲서우식(콘텐츠W 대표) ▲손세훈(진필름 대표) ▲신범수(영화사 수박 대표) ▲신철(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유경(영화인 대표) ▲심재명(명필름 대표) ▲안동규(두타연 대표) ▲안수현(케이퍼필름 대표) ▲안은미(폴룩스(주)바른손 대표) ▲엄용훈(삼거리픽쳐스 대표) ▲여한구(캐피탈원 대표) ▲오동진(평론가) ▲오성윤(감독) ▲오승현(영화사 두둥 대표) ▲오정완(영화사 봄 대표) ▲원동연(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유인택(동양예술극장 대표) ▲윤성은(평론가) ▲이관수(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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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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