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하나뿐인 내 편…가족은 그런 것 6월에 고모돼…결혼 생각 많이 하죠 연기? 10년 된 이제야 좀 알아가는 듯
연기자 전혜빈(36)은 20대 시절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지나치게 이미지를 소비한 탓이었다. 의도치 않게 대중의 “색안경” 속에서 활동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모든 걸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니 어느 순간 2019년이 됐다.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았다면 오늘의 행복은 없다”며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내가 있는 것”이라고 웃는다.
● “이제야 연기를 알아가는 느낌”
전혜빈은 주연작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가 22일 22.7%(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연출자 진형욱 PD와 문영남 작가, 출연진 모두가 하나로 뭉치면 반드시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뤄 다양한 연령대 시청자의 호감을 끌어내는 데 자신도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이다. 동시에 겸손함도 커진다.
그는 “제 연기에 대한 자평보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면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며 “제가 계획한 목표치에 닿아 더 많은 분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자로서 욕심과 갈증이 더욱 강하게 만드는 힘인 셈이다.
“제 연기를 보고 만족한 일은 없다. 기술적 부분도 미흡하다. 하지만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매번 노력한다고 자신한다.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인정받으면서 연기한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족했던 부분을 다음 작품에서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하다.”
전혜빈이 곧 다가올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내다볼 수 있게 된 자신감은 스스로 변화를 느끼는 덕분이다. “어렸을 때는 연기가 뭔지 몰랐”지만 이제 비로소 감을 잡았다고 했다. “제대로 대본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는” 시야도 넓어졌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선택한 믿음이 바탕이 됐다. “시멘트를 붓고 굳을 때까지 기다린 뒤” 다음 계단에 오르는 방법을 찾았다. 물론 다른 이들에 비해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더뎠지만 쉽게 무너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건강하고 올바른, 또 단단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 힘으로 이제야 연기를 좀 알 수 있는 나이가 된 거 같다. 10년 이상 한 지금에서야, 하하! 문영남 작가 주도로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대본 리딩과 함께 다른 공부도 하면서 캐릭터를 가슴 깊게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연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
● “끈끈해진 가족애, 나를 다시 돌아본 계기”
전혜빈에게 ‘왜그래 풍상씨’는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무대이기도 하다. 극중 이란성 쌍둥이의 언니 역할을 맡아 동생과 매일 티격태격한 그는 실제로도 두 살 어린 남동생과 “피 튀기는” 어린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때는 동생과 죽도록 싸웠다. 둘 중 한 명은 피를 봐야 싸움이 끝났다. 하하! 지금은 하나뿐인 내 편이다. 가족의 존재가 대단하다. 동생과 끈끈한 관계가 된 건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서로 나이를 먹으면서 가족 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서로 의지를 많이 한다. 장녀로서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 6월에는 첫 조카가 태어난다. 고모가 된다.”
화목한 동생 가족을 보면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결혼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올해는 결혼보다 일에 집중하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는데 따스한 봄까지 가까워지니 마음이 다시 싱숭생숭해진다. 그는 “서른 살 넘어 결혼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과연 내 짝은 있기나 한가, 있다면 어떤 남자와 연애하고 결혼할까”라며 웃는다.
하지만 나이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덜 신경을 쓰게 됐다. 나이가 얼굴에 드러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언젠가는 엄마 역할도 하고, 할머니를 연기해야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라며 세월의 흐름을 역행하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강조했다. 그래도 여배우로서 미모에 완전히 무신경하지는 못해서 전혜빈은 “TV 속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며 “1년 사이 참 많이 달라졌다”며 머쓱한 웃음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