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 ‘악질경찰’ - ‘우상’(왼쪽부터). 사진제공|쇼박스·워너 브러더스 코리아·CGV아트하우스
배급사·마케팅 일정따라 결정 “완성도와 상관없이 개봉 씁쓸”
극장가 비수기인 3월, 세 편의 한국영화가 이례적으로 나란히 개봉했다. 100억 원 규모의 제작비를 들여 20일 선보인 ‘돈’ ‘악질경찰’ ‘우상’이다. 하지만 지나친 배급과 흥행 경쟁으로 인한,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두 자동차가 충돌해 함께 망하거나 한쪽이 피해 체면을 구기는 ‘치킨게임’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두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캡틴 마블’(6일)보다 2주 후 개봉하면서 4월 기대작 ‘어벤져스:엔드게임’도 피하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어벤져스:엔드게임’이 4월 말 개봉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 ‘차 떼고 포 떼고’…마땅한 시기가 보이지 않다
세 편의 한국영화가 나란히 개봉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거기에는 각기 속사정이 있었다.
‘돈’과 ‘악질경찰’의 경우 이미 1∼2년 전 제작을 마친 영화로, 더 이상 개봉을 미룰 수 없었다. ‘돈’은 지난해 개봉하려다 내부 사정으로 연기해 올해 3월로 일정을 잡았다. ‘악질경찰’도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미국 본사 타임워너가 거대 통신사 AT&T에 흡수되는 등 변수를 만났다. ‘우상’은 올해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관련 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영화를 그에 맞춰 선보일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우상’은 4월 개봉작 ‘생일’의 주연 설경구의 또 다른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홍보 일정 등도 감안해야 했다. ‘악질경찰’도 ‘생일’과 함께 세월호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쉽게 일정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시기는 없었을까.
세 작품은 명절을 비롯한 극장가 성수기에 흥행을 확실히 보장받을 만한 이른바 ‘텐트폴’ 영화가 아니다. 각 배급사들은 성수기를 피해 최대 흥행 효과를 얻는 시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우상’의 한 관계자는 “흥행이 기대되는 ‘센 영화’의 개봉 시점을 피하다 보면 결국 비수기가 남는다”고 말했다.
● “외부 변수가 개봉 일정에 작용하는 현실”
대체로 비수기 주말을 기준으로 극장 관객 동원치는 성수기의 절반 혹은 30∼50% 수준인 최대 150∼180만여 명이다. ‘돈’이 ‘24일 현재까지 누적 153만여 명을 동원했고, ‘악질경찰’과 ‘우상’은 각각 18만, 13만여 명에 그치고 있다. ‘돈’이 관객의 다수를 흡수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속을 앓는 것은 제작진. 한 개봉작 관계자는 “영화의 작품적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외부 변수가 개봉 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아쉬워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이런저런 변수가 늘어나면서 개봉 일정을 일찌감치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홍보 및 마케팅 일정 등을 감안해 실제 개봉일에서 한 달 정도 앞선 시기에 확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리 정한 개봉일을 미루는 것도 불가능해서 그만큼 경쟁작 개봉 일정을 고려할 시간도 많지 않은 셈이다. 이에 최근 극장가 상황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