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석 달 앞두고 있지만 방송프로그램 제작현장은 현장은 아직 혼란스럽다. 지난해 7월부터 시범 도입한 주 68시간 근무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이냐는 의문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이다. 다양한 직군이 포함되어 있고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은 방송업 특성상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더라도 정착하기까지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3개월이 남아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청사진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며 “방송업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조차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일부 현장에서는 주 68시간제를 지키지 못해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드라마 제작 과정은 날씨나 연기자 컨디션 등 예상치 못한 변수와 ‘쪽대본’ 등으로 주어진 시간 안에 목표 분량을 완성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tvN 새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미술 분장팀 스태프는 “1일 25시간, 해외 촬영 때에는 최장 7일간(151시간30분) 휴일 없이 현장에 투입돼 기본적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술 분장팀의 경우 근무시간 산정 기준이 다르다”고 해명하며 “주 68시간제 정착에 어려움이 있지만 B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밝혔다.
이에 대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진재연 사무국장은 “방송사나 제작사들이 주 68시간제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주 52시간제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7월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냈다. 또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한다.
이에 지상파 방송 3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 노동조합 방송 스태프지부 등은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최근 처음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진 사무국장은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와 언론노조가 하루 12시간 노동 제한 등 산별협약을 한 적은 있지만, 당사자인 스태프지부와 제작사협회까지 참여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다”며 “이를 통해 조금씩 현장이 변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