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여러 드라마가 표절 의혹과 시비에 휩싸였지만 실제 “표절”로 판명된 경우는 거의 없다. 방송 관계자들은 “소송마저 쉽지 않아 앞으로도 관련 시비는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7일 종영하는 MBC 주말극 ‘슬플 때 사랑한다’와 지난해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그녀말) 사이에 벌어진 논란은 이 같은 양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슬플 때 사랑한다’는 자신에게 집착하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얼굴을 성형한 여자의 기구한 삶을 담은 이야기다. 이는 ‘그녀말’과 비슷하다는 시선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두 드라마가 캐릭터 설정부터 여주인공이 성형외과 전문의와 사랑에 빠지는 전개까지 닮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슬플 때 사랑한다’의 제작사 DK E&M은 “1999년 일본드라마 ‘아름다운 사람’의 판권을 2017년 11월 구매해 만든 리메이크작”이라며 작년 10월 “‘그녀말’이 ‘아름다운 사람’의 중요 부분을 표절 및 수정해 방영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방송작가협회에 표절 여부를 판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SBS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명예훼손 행위에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DK E&M의 요청을 받은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이와 관련해 24일 “우리는 표절을 판명하는 기관이 아니다. 또 저작권 침해 관련은 법적 판단이 우선이다”며 논란에 간여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부분 저작권 관련 기관에도 드라마 표절 시비에 대응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나 이를 다룰 전문가가 없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표절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한 드라마의 제작 관계자는 “이에 관한 법원 판례가 많지 않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또 소송을 걸면 판결까지 1년 넘게 걸린다. 드라마를 제작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끝까지 이를 가려달라고 매달릴 수 있는 형편이 되겠냐”며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