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일 봉준호·송강호 참석 요청 기대감 8개 부문 맨 마지막 극적인 수상에 환호 봉준호 감독 “독특한 영화 만들고 싶었다” 감독 위주 심사위원단도 유리하게 작용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수상자가 호명될 때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할 만큼 긴장은 고조됐다. 본상 8개 부문 가운데 마지막 황금종려상 시상만 남겨둔 그때, 프레스센터에서 중계화면으로 시상식을 지켜보던 각국 취재진 사이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마침내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패러사이트’(기생충·Parasite) 봉준호!”를 외치자 숨죽임 끝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칸이 선택한 최고 영예의 주인공,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상의 영광을 향한 취재진의 ‘예우의 함성’은 국적을 불문했다.
● 12시41분 ‘참석해 달라’ 연락 당도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주연 송강호는 22일(이하 한국시간) 영화 공식 상영 이후 이튿날까지 해외 150여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주요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폐막까지 있겠다”고 일찌감치 알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상 기대’ 정도의 기류가 흘렀다. 하지만 폐막 당일인 25일 현지시간으로 낮 12시41분(한국시간 오후 7시41분)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기생충’ 측에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폐막식 참석”을 요청하면서 기대감은 현실이 되어갔다.
칸 집행위원회는 대체로 폐막 당일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 수상자들에 한해 ‘참석 메시지’를 띄운다. 이는 곧 수상 확정을 뜻한다. 취재진 역시 오전부터 ‘참석 통보’ 여부를 여러 경로로 확인하면서 소식을 기다렸다. 송강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수상 직후 취재진과 만나 “낮 12시를 지나 40분간 연락을 기다리는데 정말 피를 말렸다”고 돌이켰다. ‘기생충’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다만 폐막식 시작 전까지 참석 여부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칸 집행위원회의 입장을 취재진에 정중히 전달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기생충’이 과연 어떤 상을 받을지 숱한 예측이 오갔다. 칸에서 만난 한국영화 관계자는 “봉 감독과 송강호까지 참석해 달라는 걸 보니 특정 부문상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고 귀띔했고, 결국 예상은 적중했다. 취재진도 분주해졌다. 폐막식 시작 4시간 전부터 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 3층의 프레스센터에 모여 촉각을 곤두세웠다.
● “황금종려상만 남았어!” 긴장감 폭발
칸 국제영화제의 시상 부문은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포함해 8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등 7개 부문의 시상이 끝난 직후 국내 취재진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 새벽시간 국내에서 생중계로 시상식을 지켜보던 한국영화 관계자들까지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분위기를 묻는 연락을 취해왔다. ‘진짜 황금종려상이냐’는 놀라움의 물음이었다.
마침내 자신과 ‘기생충’의 제목이 호명된 뒤 불끈 쥔 주먹을 번쩍 들어 흔들며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곧장 뒤돌아 객석에 앉아있던 송강호와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를 향해 ‘올라오라’며 손짓했다. 긴장 속에서도 그는 명쾌했고 여유 넘쳤다.
그는 “프랑스어 연설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프랑스 영화감독들로부터 영감을 받아왔다”면서 “이번 영화는 큰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한국어로 소감을 밝혔다. 그의 소개를 받은 송강호는 숨을 한 차례 가다듬고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준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께 영광을 바친다”고 인사했다.
다시 마이크 앞에 선 봉준호 감독이 “제 가족이 여기 있는데 찾지 못하겠다”고 하자 송강호와 곽 대표가 2층 객석을 나란히 가리켰다. 그러자 중계 카메라가 가족의 모습을 화면에 비추기도 했다. 폐막식에 참석한 각국 영화 관계자들은 다시 한번 환호와 박수로 수상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