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청률 집계 방식이 플랫폼의 다변화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방송관계자들은 “그렇다고 아예 외면할 수도 없다”며 혼란스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는 ‘시청률 1위’를 홍보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리서치 회사 닐슨코리아가 제공하는 전국 기준 가구당 시청률이 아닌 저마다 유리한 지표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2%대(이하 닐슨코리아)의 tvN ‘위대한 쇼’는 케이블채널 월화드라마를, 6%대의 MBC ‘복면가왕’은 수도권 시청률을 기준으로 각각 동시간대 1위를 자처하는 식이다. 때문에 시청자 사이에서는 “시청률 성적을 믿지 못하겠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3일 “표본 패널을 선발해 산정하는 기존 시청률 집계 방식은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의 활성화로 ‘본방사수’가 중요하지 않게 된 최근 환경과 맞지 않는다”며 “다양한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업 제작진도 기존 시청률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정철민 SBS PD는 최근 ‘런닝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시청률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PD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결코 ‘트렌디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콘텐츠 소비’와 시청률이 별개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젊은층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OTT를 통해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리모컨 파워’가 이미 중장년층에 넘어간 것도 단순히 시청률로만 프로그램의 인기도를 따질 수 없게 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중장년층 이상의 선호도가 과다 반영된 ‘왜곡 현상’이 심각하다. 시청자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지표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도 “중장년층을 겨냥해 일부 프로그램이 과거의 포맷을 복제하는 등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각 방송사가 여전히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PD는 “시청률은 여전히 광고 판매율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면서 “각 방송사가 매일 ‘시청률 회의’를 하는 등 과거와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