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쌓아올린 ‘이름값’은 역시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배우 김래원이 정해인에 이어 스크린에서 로맨틱·멜로 영화의 성과를 주도하고 있다. 흔들림 없는 연기력에 풍부한 감정 표현, 여성 팬을 자극하는 매력을 두루 갖춘 이들 배우는 멜로영화의 부활 선언도 함께 이끈다.
김래원이 공효진과 주연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제작 영화사 집)가 2일 개봉해 9일까지 140만여 관객을 모았다. 올해 개봉한 로맨스·멜로 장르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8월 정해인과 김고은 주연의 로맨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제작 영화사 무비락) 역시 착실히 관객을 모아 120만 명을 동원했다.
로맨스·멜로 장르는 범죄액션이나 스릴러, 시대극, 사극 등에 집중된 한국영화 제작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에 속한다. 최근 코미디 장르와 더불어 기획이나 제작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편으론 배우 캐스팅 등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잦다.
로맨스·멜로 장르는 사랑을 그리는 이야기 특성상 여배우에 더 시선이 가기 마련이고, 남자 배우들의 선호 또한 범죄액션 등 선 굵은 장르에 치중돼 온 것도 제작이 주춤한 배경으로 꼽힌다. 그런 면에서 ‘가장 보통의 연애’ 흥행을 이끄는 김래원이나 앞서 ‘유열의 음악앨범을 통해 성장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정해인의 도전과 성과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래원은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믿었던 연인의 배신으로 파혼의 상처를 지닌 인물을 연기한다. 일터인 광고회사에서는 능력을 인정받고 인간미도 발휘하지만 아물지 않는 상처 탓에 일상의 대부분 술에 취해 지내는 모습을 보인다. 그 앞에 경력 사원으로 입사한 ‘자유연애주의자’ 공효진이 나타나고, 둘은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을 키운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보통의 남자와 여자가 이뤄가는 보통의 연애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개봉 첫 주 ‘조커’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안착했고, 상영 2주째에 접어들어서도 관객의 꾸준한 선택 속에 스코어를 높이고 있다. ● ‘로코 황제’ 김래원, 스크린서 실력 증명
김래원은 올해 6월 내놓은 주연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을 통해서도 거친 인생을 살아가지만 마음엔 순정을 품은 인물을 소화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도 SBS ‘닥터스’ KBS 2TV ‘흑기사’ 등 로맨스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대중과 소통해온 그의 저력이 이번 ‘가장 보통의 연애’에 집약됐다는 관객 반응이 나온다.
“연애를 하면서 누구나 실수하고 후회도 하는 게 바로 현실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김한결 감독은 “김래원과 공효진은 그동안 ‘로코 황제’, ‘로코 퀸’으로 불리지 않았느냐”며 “기존 로맨스 장르와 다른 이야기를 두 배우가 색다르게 이끌어가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극적인 사건 없이 사랑을 쌓아가는 현실 연애를 그리는 데 있어서 ‘이 분야’ 투톱을 캐스팅한 전략은 영화 흥행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도 따른다. 덕분에 ‘가장 보통의 연애’는 로맨스·멜로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싱가포르, 홍콩 등 22개국에 판매되는 성과까지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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