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프로듀스X101’(프듀X)의 연출자 안준영 PD 등이 11명의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투표 결과를 조작하고 일부 기획사와 대가성 거래를 한 혐의로 5일 구속되면서 ‘프로듀스’ 전 시즌을 비롯한 다른 엠넷 오디션프로그램에 대한 경찰 수사에도 시선이 쏠린다.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다른 방송사들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7월19일 종영 직후 투표 조작 의혹에 휩싸인 ‘프듀X’를 수사하면서 시즌 1∼3과 걸그룹 선발 과정을 담은 ‘아이돌학교’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아이돌학교’의 제작진에 대한 압수수색도 여러 차례 진행한 경찰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집중적인 수사를 벌여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프듀X’ 제작진의 구속으로 순위 조작 및 제작진과 일부 기획사의 유착 의혹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프로듀스’ 전 시즌과 ‘아이돌학교’의 순위 조작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오디션프로그램을 향한 대중의 신뢰가 바닥난 상황에서 현재 방영하거나 내년 방송을 준비하는 다른 오디션프로그램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가장 먼저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프로그램은 10월4일 시작한 엠넷의 아이돌 그룹 선발 프로그램인 ‘투 비 월드 클래스’다. 제작진은 “영상 플랫폼인 네이버 V라이브 계정 구독자들이 투표하고 매주 그 데이터를 공개한다”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청자 사이에서는 이미 “믿지 못한다”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존재감도 미미하다. 투표 시스템도 겸한 V라이브 계정의 구독자가 2만여 명에 불과할 만큼 화제성이 낮기 때문이다. ‘프듀’ 논란과 ‘투 비 월드 클래스’의 부진에도 엠넷은 내년 초 10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십대가수’ 제작을 고수하고 있어 또 다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10월5일 시작한 채널A ‘보컬플레이:캠퍼스 뮤직 올림피아드’나 14일 선보이는 MBN ‘보이스퀸’, 내년 1월 방송할 TV조선 ‘미스터트롯’ 등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은 “방송에 차질 없다”고 밝히면서도 주의 깊게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