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행동이 결국 변화를 일궈냈다. ‘프로듀스X101’(프듀X)는 물론 ‘프로듀스 101’ 등 시리즈의 문자 투표에 참여하며 아이돌 스타를 직접 배출해낸 ‘국민프로듀서’, 즉 시청자들이 제작진의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자부심을 지녀온 시청자들은 ‘프듀X’가 11명의 멤버를 최종 확정한 7월19일 생방송 직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일 제작진이 공개한 ‘시청자 유료 문자 투표 결과’에 의문을 품은 것이었다. 최종 멤버로 유력하게 꼽힌 후보자들이 탈락한 반면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 조에 합류했다는 시선이 출발이었다. 방송 직후 휴대전화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시청자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1위부터 20위까지 각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한 배수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논란은 증폭됐고 시청자들은 행동에 나섰다. ‘프듀X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를 조직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혹 해소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또 제작진을 고소하기 위한 변호사 수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7월23일 온라인 펀딩도 시작했다. 목표액 330만원은 단 1시간 만에 모였다. 또 관련 자료를 꼼꼼하게 수집해 각 언론사에 보내는 등 공론화에도 나섰다.
사태가 심각하게 전개됐지만 방송사인 엠넷은 침묵으로 일관해 더 큰 빈축을 샀다. 이는 시청자들의 결집을 자초한 꼴이 됐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명백한 취업 사기이자 채용 비리”라면서 ‘프듀X’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정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문자 투표로 100원씩 받았기 때문에 통신사에 요청하면 조작 여부 확인은 간단하게 이뤄질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힘을 보탰다.
의혹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엠넷은 결국 7월2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진상규명위’는 8월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프로그램 제작진과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을 사기의 공동정범 혐의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고발했다. 이에 참여한 시청자는 모두 37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