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손담비 “이렇게 악플 없는 건 데뷔 후 처음,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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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2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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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손담비가 맡은 향미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제대로 손질하지 못한 염색머리, 툭툭 내던지는 말투, 손님들의 라이터나 훔치고 정곡을 찌르는 직설화법으로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했던 향미다. 손담비는 향미의 비밀 많은 묘한 분위기를 제 맞춤옷처럼 입었다. 손담비의 낮은 중저음과 사연을 담은 듯한 눈빛은 향미와 잘 맞아떨어졌다.

언제든 세상과 작별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무서울 게 없는 듯한 향미였지만 후반부에 향미의 서사와 감정이 폭발하면서 시청자들을 제 편으로 끌어당겼다. 시청자들의 애정어린 시선이 가득할 타이밍, 손담비가 적절하게 표현한 향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을 울렸다. 향미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지만, 손담비에게는 배우로서 길이 남길 캐릭터를 남기는 성과를 거뒀다.

손담비는 ‘동백꽃’ 최종회 방송을 앞두고 지난 20일 인터뷰를 가졌다. ‘미쳤어’ ‘토요일 밤에’를 히트시키며 섹시가수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그이지만, 배우로 전향하면서 과거의 성과는 편견으로 돌아왔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편견을 넘기 위한 여러 차례의 좌절과 극복의 연속. 손담비는 마침내 향미를 만나 꽃을 피웠다. 지난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기쁨도 누릴 수 있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운을 뿜어내는 손담비였다.

-드라마를 잘 마무리했다.

▶촬영을 끝내고 향미를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염색을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너무 애착이 가는 캐릭터였고, 팀이 너무 좋았다. 이런 드림팀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너무 아쉽고 쓸쓸하고 떠나보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러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마무리를 잘 해서 좋은 작품을 선보여서 다행이다.

-이렇게 사랑받을 줄 알았나.

▶전혀 생각 못 했다. 좋은 작품안에서 좋은 캐릭터하는게 목표였는데 이렇게 사랑받을 줄도 몰랐고, 이렇게 향미에 이입해서 봐주실지 몰랐다. 얼떨떨하고 뭐라고 해야 하지 감명 깊었다고 해야 할까. 그런 심정이다.

-손담비의 어떤 점이 향미에 어울려서 캐스팅이 된 걸까.

▶감독님을 만났는데 정확하게 표현은 어렵지만 ‘날 보고 있는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 (웃음) 내 그런 모습을 향미에 녹이면 가까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캐릭터 분석을 많이 했다. 향미는 어눌하지는 않은데 말을 느릿느릿한 친구고, 뭔가 초점이 맞지 않는 눈빛일 것 같았다. 내 아이디어인데 뿌리염색을 하지 않은 머리, 손톱의 매니큐어가 벗겨진 점 등도 설정했다.

-뿌리염색을 하지 않은 것도 본인의 아이디어인가.

▶맞다. 향미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꾸미고는 싶은데 돈이 없는 사람이잖나. 염색할 돈이 없는 거다. 그래서 점점 검은 머리가 길어지는데도 내버려뒀다. 그 캐릭터로 밀고 나가려고 했다.

-유독 짠한 인물로 느껴졌을 것 같다. 향미는 어떤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나.

▶물망초에서 자란 딸로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 하고, 사랑을 주고 싶은데 주는 방법을 모르고 소외된 인물이다. 거기에 대한 연민이 있었다. 향미는 동백이를 보면서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향미 대사중에 ‘너랑 나랑 ’도찐개찐‘인데 왜 너만 세상을 밝게 살고 다 품으려고 하냐’고 하는데 동경심도 있다고 본다. 동백과도 워맨스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또 향미의 말투가 매력적이었다. 극에서 나만 내레이션이 없다. 향미는 뇌에서 입으로 바로 가는 스타일의 캐릭터였고 ‘사이다’처럼 시원시원한 매력이 있었다.

-손담비와 비슷한 점이 있나.

▶글쎄. 눈치 빠른 것? 초점 없는 것? (웃음) 그 정도다. 나머지는 거의 나와 다르다. 만든 인물이다. 말의 템포, 조절을 많이 신경썼다. 나는 원래 되게 급하게 말하는 성격인데 향미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캐릭터여서 그런 면을 만들면서 되게 연습도 많이 했다.

-촌스러운 인물로 꾸미는 건 어렵지 않았나.

▶아쉬움 없었다. ‘망가질 거면 제대로 망가지자’는 생각이었다. 어설프게 망가지면 다 어설퍼질 것 같았고,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지 않았을 것 같았다. 이왕 망가지는 것 이왕 끝까지 가보자 그런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런 아쉬움은 없다.

-원래 캐릭터를 준비할 때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설정해서 몰입하는 편인가. 이번 향미만 유독 더 많이 신경을 썼나.

▶원래 그렇다. ‘미세스캅’ 때도 형사에 걸맞는 디테일, 비주얼을 고민했다. 조금이라도 여성스러운 스타일이 있으면 거부감이 들 것 같아서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처럼 사소한 것도 시청자가 다 알아봐주는 기쁨을 느낀 것은 감동이었을 것 같다.

▶그렇다. 지금까지 늘 이렇게 해왔는데, 이번에야 알아봐주셨다. (웃음) 이번에 너무 많은 걸 알아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너무 기분 좋고 손가락 디테일, 손톱 디테일이나 뿌리염색한 것 알아봐주셨을 때 너무 기뻤다. 일단 시청자분들이 이렇게 향미에 이입해주실지 몰랐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생각해주는 게 너무 신기한 것이었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와 똑같은 마음으로 향미를 대변을 해주시지 좋은 댓글이 너무 많아서 감사하다.

-향미 캐릭터를 잘 표현했고 특히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최선을 다해서 몰입하려고 했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이렇게까지 연습을 한 작품이 있었다 싶을 정도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다. 감독님도 향미 캐릭터가 제일 어려운 캐릭터라고 하셨다. 표현이나 페이스 조절에 힘을 줬다. 그런데 이걸 자기 일처럼 시청자분들이 반겨주시니까 감동이다. 향미가 죽었을 때는 ‘미안하다’ ‘향미야 내가 미안해’라는 댓글이 진짜 많더라. 한편으로는 내가 대중에게 이렇게 보여드린 게 없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간 해온 것들이 쌓여서 포텐이 터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연기 전향하고) 첫 작품이면 이런 평을 못 받았을 것이다.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나 역시 느낀 점이 많다 보니 향미를 하면서 편하게 자신감있게 할 수 있었다.

-향미가 죽는 설정은 언제 알았나.

▶처음부터. 감독님이 바로 말해주셨다.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고, 안 죽었으면 어떨까 싶었지만 죽는 것 역시 멋지게 써주셨다. 작가님이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배우들이 모이면 늘 그 이야기를 했다.

-임상춘 작가는 향미 캐릭터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나.

▶작가님이 향미에 대한 애착이 엄청 많았고 걱정도 많으셨다. 내가 향미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셨을 거다. 12부에서 향미가 퇴장하고 작가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너무 잘 해줘서 고맙다’는 장문의 글이었는데 감동받아서 울었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서 나도 장문의 답을 했다. (웃음)

-가수 활동하면서 섹시하고 스타일리시한 아이콘이었는데 연기하면서 망가지는데 두려움이 없이 뛰어들더라.

▶(연기할 때) 섹시한 것은 안 하고 싶었다. (섹시한 배우) 계보를 잇고 싶지는 않았다. 가수 손담비는 가수 손담비대로 기억해주길 바랐다. 연기하면서는 섹시한 가수 이미지를 이어간다고 (연기에)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을 것 같더라. 이건 과감히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섹시한 느낌의 캐릭터 제안도 많이 들어왔는데 되도록 안 하려고 했다. ‘미세스캅’ 이후 영화나 연극도 있었다. 연극 무대가 많은 도움이 됐다. 연기 갈증을 풀었고 순발력이나 준비한 걸 한 번에 표현해내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향미를 표현하면서 그간 해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과 캐릭터에서 빨리 나오는 편인가.

▶이번 작품은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 아직도 사람들이 향미 말투 같다고 한다. (웃음) 염색을 하면서 많이 떠나보내기는 했는데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다음주에 화보 촬영 때문에 코펜하겐을 간다. 향미가 그렇게 가고 싶어한 코펜하겐이다. (웃음) 그때 좀 향미를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까불이 후보로 향미가 들기도 했다.

▶하하. 향미가 트랜스젠더라는 설도 있고 너무 많은 내용이 있더라. 그동안 향미가 의심스러운 대목도 등장해서 그런 것 같다. 라이터를 훔치거나 그런 장면들. 그래서 향미가 의심받는 건 이해가 됐는데 트랜스젠더설은…(웃음) 나도 댓글을 읽으면서 막 웃었다.

-까불이의 정체는 알고 있었나.

▶알긴 알았는데 (최종회에서) 또 한 번 반전이 있을 것 같다. 진짜 까불이가 누군지 주변에서 엄청 물어봤다. 처음에는 죽은 사람이 나인지 동백인지 엄청 물어봤다. 입 꾹 다물고 있었다 .(웃음)

-그만큼 드라마의 인기가 높았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친구들이 너무 좋아한다. (정)려원언니 소이언니 (공)효진언니 등 기뻐해줬다. 축하의 말을 많이 들었고 자기 일처럼 좋아해줬다. ‘너의 인생에도 꽃길이 생겼다’고 해줬다. 기쁘고 감동적이었다. 대중에게도 큰 감동을 받았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반응을 많이 챙겨본 편인가.

▶엄청 많이 봤다. 실시간 톡도 재미있어서 봤다. 태어나서 이렇게 악플을 안 받아본 적은 처음이다. 이렇게 악플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 (웃음) 너무 신기하고 말로 표현하지 못 할 만큼 기뻤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어서 현장에서 감정 숨기느라 힘들었다. (웃음) 촬영장에서 늘 웃고 있었다. 그래도 보통 한 두 개는 악플이 달리기 마련인데 그게 없더라. 하하. 신기한 일이다. 이런 게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게 하는 힘인 것 같다. 더 좋은 작품으로 좋은 연기로 인사드려야 할 것 같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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