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한국영화, 세계서 통할 브랜드로… 새 100년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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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오스카 역사 바꾸다]
김동호 위원장 “대도약 발판 마련” 안성기 “기생충 호명 때마다 환호”
이정향 감독 “봉 감독 실력의 결과” 원동연 대표 “노벨상 받은 기분”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에 국내 영화계도 환호했다. 10일 오전 TV 중계로 수상 소식이 하나하나 들릴 때마다 영화인들은 탄성을 지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믿기지 않는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100년이 열렸다”는 반응을 올렸다.

1996년부터 봉준호 감독과 영화계에서 인연을 쌓아온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칸 영화제가 열리기 전 봉 감독이 저를 찾아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수상 이후에는 ‘위원장님 덕분에 좋은 기운을 받아 수상했다’며 감사를 표했고, 제가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말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20여 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세계 영화인들과 교류한 김 위원장은 이날 전 세계 영화제 관계자들로부터 축하 e메일과 메시지를 받았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를 바꿨고, 드디어 그 꽃을 피웠다’는 장문의 e메일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950년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후 일본 영화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기생충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증폭시키면서 한국 영화계가 크게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택에서 시상식 생중계를 지켜본 안성기 배우는 ‘기생충’이 호명될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그는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을 볼 때 긴장감이 덜했는데 오늘은 손에 땀을 쥐고 스포츠 경기를 보듯 온몸이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카데미 언어장벽까지 넘어버렸으니 더 이상 한국 영화에 벽은 없다. 이제 연출자, 배우 개개인의 능력 싸움이 시작됐다. 봉준호 감독이 이룬 성과에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영화 ‘집으로’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 감독은 “한국에서 누군가 국제적으로 큰 상을 받는다면 그건 봉준호일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며 “20대에 단편을 만들 때부터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는) 절대 운이 아닌 실력으로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과 함께 장르영화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기생충 제작진에 저와 작업했던 분들이 많아 의미가 각별하다”면서 “외국 영화계 인사들이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변화했고, 영어 영화만 고집하던 제작사들도 ‘이제 한국어 영화도 상관없다’고 말한다”며 기생충 수상은 “더욱 큰 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는 “한국 영화 100년(올해 101년)에 가장 큰 경사다. 감히 비교하건대 노벨상을 받은 기분”이라며 “한국 영화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할리우드는 이제 한국에서 제2, 제3의 봉준호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기생충#오스카#아카데미 4관왕#충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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