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은 9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 런던웨스트할리우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봉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송강호를 비롯한 배우들, 스태프들은 긴 아카데미 레이스를 끝낸 뒤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저희가 오스카의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이선균)
“높은 구두에 드레스를 치렁치렁 걸쳐서 빨리 벗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렇게 우아하게 앉아있다.”(장혜진)
“오늘이 생일인데 정말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조여정)
“칸 때는 역할 때문에 나서지 못했는데 마지막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럽다.”(박명훈)
배우들의 수상 소감이 차례로 이어질 때마다 기자회견장에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봉 감독은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수상 소감으로 유명해진 ‘1인치 발언’에 대해 “지금 와서 찬찬히 돌이켜 보면 1인치 자막의 언어 장벽이라는 발언은 뒤늦은 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했던 1월에는 이미 기생충이 북미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은 상태였고, 요즘 세상이 유튜브나 트위터 등 모두 연결돼 있잖아요. ‘기생충’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영국에서도 관객들 반응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흥행이 이어지며 ‘#봉하이브’라는 팬덤도 형성됐다. ‘기생충’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두 교황’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조너선 프라이스도 두 번이나 봤다며 영화에 대해 세부적인 질문을 했다. 그렇게 본 분들은 이미 영화 자체에 흠뻑 들어가 있고 진입장벽이 애초부터 없던 느낌이라 기뻤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키드’로 자란 그가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바치는 오스카 감독상 수상 소감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무대로 올라가는데 스코세이지 감독님과 눈이 딱 마주쳤어요.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워낙 존경했고 대학 동아리 시절부터 그분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책도 사서 읽고 그랬죠. 같이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흥분되고 영광스러운 일인데 그분을 먼발치에 앉혀놓고 제가 올라가서 상을 받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오늘 같은 영광스러운 장소에서 밑줄을 쳐둔 그 문구를 말씀드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13세의 엉뚱했던 봉준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는 “일찍 자라고….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어릴 때부터 건강에 다양한 문제들이…”라고 답해 웃음꽃이 만발했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송강호는 “20년 동안 ‘봉준호 리얼리즘’의 진화를 목격하면서 세월이 지났다. ‘기생충’은 그 완성에 와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를 떠나 팬으로 봉 감독이 시대에 대한 탐구, 삶에 대한 성찰을 발견하는 모습을 보며 늘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두 가지 차기작을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다룬 한국어 영화와 2016년 런던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다. 봉 감독의 차기작에서도 페르소나로 활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송강호는 “(함께하는) 5번째 작품은 확신을 못하겠다. (기생충에는) 계단도 너무 많이 나오고 힘들어서…. 사장 역할이라면 생각을 해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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