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인 북한 사투리에 정갈하게 딱 올려붙인 헤어스타일. 어딘지 험상궂은 인상이지만 입만 열면 웃음이 만발한다. 21.7%(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16일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의 두 ‘감초’ 연기자 양경원과 유수빈 이야기다. 북한 민경대대 5중대 소속 표치수와 김주먹 역을 각각 연기하며 제대로 시청자 눈도장을 찍었다. 드라마의 여운을 채 지우지 못한 이들을 각각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와 17일 서울시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났다.
지하철서 팬들이 “맞죠?” 물어 감사히 여기되 들뜨지는 않을 것 배역으로 기억되는 배우 되겠다
양경원(39)은 최근 “신기한 경험”을 했다. 휴대전화에 군복을 입은 표치수 사진을 띄우고 “맞죠?”라며 반갑게 묻는 시민을 지하철 전동차에서 만났다. 뿐만 아니다. 엑셀 파일로 일정을 꼼꼼히 정리해야 할 정도로 인터뷰 요청이 쏟아진다. 그는 “집과 촬영장만 오가느라 미처 몰랐던 드라마의 인기를 뒤늦게 실감하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연극에 집중하다 작년부터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한 양경원에게 지금의 열기는 아직 낯설기만 하다. 그는 자신이 캐스팅된 것을 두고 “이정효 PD님과 박지은 작가님이 큰 모험을 한 것”이라 여긴다. 그 감사한 마음 때문에라도 백경윤 북한말 전문가를 시도 때도 없이 만나 사투리를 익히며 캐릭터에 매달렸다. 단, 외모만은 예외다. 자신이 봐도 “북한군으로 의심할 만한 얼굴”이라 촬영 내내 눈 위 흉터 말고는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진지한 실제 성격은 ‘반전’이다. 나긋나긋한 말투도 극중 “이 에미나이(계집애)야!”라며 윤세리(손예진)와 티격태격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함께 남한에 내려온 북한군 김영민, 이신영, 유수빈, 탕준상 덕분”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웃음꽃을 피워내기도 했다. 이들과는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F5’라는 휴대전화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매일같이 수다를 떤다.
단번에 안방극장의 주목을 받았어도 “드라마가 좋아서 받는 관심이니 감사히 여기되 들뜨지 말자”고 되새긴다. 뮤지컬배우이자 아내인 천은성(38)의 당부이기도 하다.
그는 2년차 신혼답게 아내 이야기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같은 연기자이면서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는 그에게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주고 의지하는 사람”이다. “비중 상관없이 사람들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오래 연기하자”는 각오도 함께 다진다.
앞으로는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다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며 손을 내젓는다. “지금까지 내 삶에 만족해왔기 때문”이다. 행사기획사 직원, 모션 캡처 배우, 연기 동아리 강사 등을 병행해온 일상에서 “연기에 할애할 시간이 좀 더 길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뿐이다.
“배역으로 기억되는 배우”라는 목표도 여전히 확실하기에 “조바심도 나지만 걱정은 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