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그룹 방탄소년단이 약속한 듯 같은 시기 한국어 콘텐츠로 전 세계 대중문화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나란히 ‘비영어권 최초’라는 값진 타이틀을 얻었다.
‘기생충’이 비영어권 언어로 제작된 영화로는 최초로 10일(이하 한국시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등 4관왕을 거머쥔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노래한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7(MAP OF THE SOUL:7)’으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네 번째 1위를 예약했다.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한국어 영화와 앨범이 같은 시기 새 역사를 썼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성취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2018년 5월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처음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고 연이어 두 번 더 정상에 오르며 케이팝의 세계화를 증명했다. 2년이 지난 올해 ‘기생충’이 할리우드에 견고히 쌓인 “1인치의 장벽”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우리는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를 쓴다”는 봉 감독의 말처럼 방탄소년단도 ‘단 하나의 언어, 음악’으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문학평론가인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최근 펴낸 ‘한국인 이야기, 탄생’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말로 성공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한국어의 승리”라고 평했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역사를 함께 써가는 봉 감독과 방탄소년단은 서로를 향해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도 보낸다. 특히 봉 감독은 1월6일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한국이 독창성을 선도한다’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감정적으로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나라”라며 “BTS(방탄소년단)의 파워는 저의 3000배가 넘는다”며 추켜세웠다.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기록 행진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역대 북미 개봉 외국어영화 흥행 4위에 등극한 ‘기생충’은 일본에서도 누적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1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도 ‘빌보드 200’ 1위 예약과 동시에 24일 기준 일본 오리콘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21일 앨범 발표 직후 무려 91개국 및 지역 아이튠즈 집계 ‘톱 앨범’ 정상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