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개그프로그램인 KBS 2TV ‘개그콘서트’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19 99년 9월4일 첫 방송한 ‘개그콘서트’(개콘)는 21년간 숱한 개그 스타들을 배출하며 공개 코미디 무대의 부흥을 이끌어온 만큼 갑작스런 폐지 움직임으로 아쉬움을 안긴다.
7일 복수의 방송관계자에 따르면 KBS는 최근 ‘개콘’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작진도 6일 출연 개그맨들에게 “5월 말까지는 녹화를 이어가지만 이후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개콘’ 관계자는 “폐지와 관련해 아직 최종 결정된 바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KBS는 올해 초부터 ‘개콘’의 폐지 여부를 두고 논의를 거듭해왔다. 일각에서는 제작비 감축 등 방송사 긴축경영의 여파로 보고 있다. 출연자가 많고, 코너마다 각기 다른 무대배경이 필요한 ‘개콘’은 연간 수십억원의 제작비 규모로 가장 먼저 개편 대상에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방청객 모집이 어렵게 되자 내부적으로도 더 이상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영상 콩트, 토크쇼 등 다양한 포맷 변화를 시도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폐지 위기에 놓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토요일 밤에서 금요일 밤 8시30 분으로 방송 시간대를 옮긴 뒤 2%대(닐슨코리아)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개그맨 A씨는 7일 “공영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소재와 수위에 대한 제재가 강해 비교적 자유로운 표현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면서 “작년과 올해 연달아 공채 개그맨을 뽑지 못하는 등 새 얼굴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방송관계자들은 “KBS가 개그 무대를 아예 없애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공교롭게도 ‘개콘’의 전성기를 이끈 서수민 PD가 JTBC와 손잡고 새 개그프로그램인 ‘장르만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7일 알려지면서 KBS의 새 프로그램의 현실화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개그맨들이 대거 ‘장르만 코미디’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