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뮤지컬 ‘영웅’ 속 안중근의 대사이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기까지 1년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은 2009년 10월부터 10년 넘게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극중 대사는 그동안 300회 이상 주연한 배우 정성화가 같은 역할로 새롭게 스크린에 나서며 새기는 다짐이기도 하다.
정성화는 뮤지컬을 원작 삼아 올해 여름 개봉하는 영화 ‘영웅’의 주연이다. 영화는 국내 창작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첫 작품으로, 원작의 주연배우가 그대로 영화의 중책을 맡게 된 것은 한국영화 제작 환경과 관행에 비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연출자 윤제균 감독은 “실력이 가장 중요했다”면서 “(캐스팅에)얼마나 고민이 많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배우의 스크린 지명도와는 상관없이 그만큼 안중근 역할을 잘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캐스팅 과정에서 투자자와 스태프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제작사 JK필름의 길영민 대표는 “서로 설득하고 설득당했다”고 돌이켰다. 뮤지컬 ‘영웅’의 김문정 음악감독, 제작사 에이콤 측과도 상의했다.
더욱이 영화는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의 노래를 직접 담아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택했다. ‘누가 죄인인가’ ‘그날을 기약하며’ 등 뮤지컬 관객에게 익숙한 넘버도 그대로 가져왔다. 따라서 탁월한 노래 실력으로 검증된 정성화가 아니고서는 “딱히 대안이 없었다”고 길 대표는 밝혔다.
이와 함께 영화는 뮤지컬과 달리 시대적 배경을 의거 이후 안 의사가 세상을 떠나기까지로 확장한다. 이에 따라 더욱 다양한 인물을 배치했다. 정성화 말고도 김고은, 배정남, 조재윤, 박진주, 조우진 등과 함께 어머니 역 나문희까지 모두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합류했다. 특히 나문희는 음대 출신인 딸과 함께 늘 현장을 찾아 도움을 받으며 음악적 감각을 놓지 않았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