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시 대명사? 실은 정 많은 여자 영화 준비하다가 감독 남연우와 사랑 일에 몰두하는 모습 정말 멋있었죠 예능 동반출연…남친 자랑하려고요!
“혼자 세상에 맞서려고 했구나. 결국 사람이 재산이구나. 팀플레이의 힘을 알았어요.”
‘걸크러시’로 통하는 래퍼 치타(30)가 김은영이라는 이름의 신인 연기자로 다시 출발한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초미의 관심사’(제작 레진스튜디오)가 연기하는 치타를 만나는 무대다. 쇼트커트 헤어스타일, 아이라인을 짙게 그린 날카로운 눈매의 강렬한 인상은 여전하지만 음악이 아닌 연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치타의 모습은 좀 더 진솔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치타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김은영이란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자아낸다.
“본캐릭터는 김은영! 메인캐릭터는 치타? 새로 생긴 부가캐릭터가 배우 김은영!”이라고 말하는 치타를 1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나타난 그는 노래하는 연기자, 연기하는 가수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엄마를 얘기할 땐 눈가가 잠시 촉촉해졌고, 연인이자 이번 영화를 연출한 남연우 감독에 대해 말할 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 “음악은 각개전투, 영화는 팀플레이”
“우와! 연기를 하자는 곳이 있어요?” 치타가 영화 출연 제안을 받자마자 내뱉은 말이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답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캐스팅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서로 다른 성향의 모녀가 자취를 감춘 막내의 행방을 좇아 이태원 구석구석을 헤집으면서 벌이는 이야기다. 제작진은 치타의 음악과 영화의 콘셉트가 잘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해 치타에게 주인공 모녀 중 딸 역할을 제안했다. 엄마 역은 조민수가 맡아 ‘개성만점’ 호흡을 선사한다. 치타는 영화가 담은 ‘엄마’ ‘편견’ 등 주제를 상징하는 노래 5곡을 직접 만들어 OST로도 완성했다.
“무대에서는 혼자만의 싸움이에요. 연기는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작업이더라고요. 덕분에 창작의 외로움을 덜 느꼈어요. 음악이 각개전투라면, 영화는 완전한 팀플레이 같아요.”
래퍼들의 치열한 경연 무대인 엠넷의 ‘언프리티 랩스타’를 석권한 치타의 실력은 영화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혹독한 훈련으로 연기력을 키우는 이들도 있지만 타고난 재능과 감각으로 캐릭터에 몰입하는 연기자도 있다. 치타는 후자이다.
실제 상황과 비슷한 역할의 덕도 봤다. 극중 치타는 이태원에서 주목받는 가수다. 노래할 땐 블루라는 예명을 쓰지만 진짜 이름은 순덕. 갑자가 나타난 엄마의 이름은 영화의 제목인 초미이다. 순덕은 낄 데 안 낄 데를 모르는 초미를 시종일관 못마땅하게 여긴다. 하지만 영화에서와 달리 실제로 치타는 “나도 여기저기 다 끼고 싶은, 잔정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치타에게도 엄마는 각별한 존재다. 가수가 되려고 17살 때 고등학교를 관두고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로 와 혼자 생활할 때도 가장 의지한 사람은 엄마이다. 데뷔를 준비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한동안 의식을 되찾지 못할 만큼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때도 힘을 북돋아 준 존재는 엄마였다.
“어리다고 무시당하고 일하고도 돈을 못 받을 때가 있었어요. 전화기 붙잡고 엄마한테 하소연하면 힘이 났어요. 한번은 아빠 납골당에서 참을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던 엄마가 ‘너무 센 척하지 말라’고, ‘이렇게라도 우니까 엄마는 좋다’고 하더라고요.”
● “일하는 모습이 멋있는, 남자친구 남연우”
이제부터는 치타의 사랑 이야기다. ‘초미의 관심사’ 출연을 결정하고 제작을 준비하던 2018년 가을, 그는 연출자인 남연우 감독과 사랑에 빠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호감을 느꼈다. 남연우 감독이 ‘영화나 보자’고 건넨 말에 응하면서 데이트가 시작됐다.
치타는 영화를 찍는 동안 “공과 사는 구분했다”고 강조했지만 이내 양손을 들고 감독이 카메라 구도를 잡는 동작을 흉내 내더니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남연우 감독은 최근 드라마 ‘방법’ 등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치타는 “저는 노래, 감독은 연기와 연출 분야에 있으니까, 같은 걸 봐도 서로의 시각이 다르다”며 “새롭고 참신한 에너지와 시너지가 된다”고 했다.
둘의 사랑은 MBC 리얼 연애프로그램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분간 고정으로 출연할 생각이다. “같이 나오면 저보다 감독님이 더 관심을 받아요. 그게 좋아요. ‘이런 배우가 있다’고, ‘이런 모습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알려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