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손님 대하듯, 고객 취향 맞춰 노래 추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03시 00분


[엔터 View]‘플로’ 통해 음원업계 선도하는 이기영 드림어스컴퍼니 대표

최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만난 이기영 드림어스컴퍼니 대표는 “페이스북처럼 사람마다 첫 화면이 다른 플랫폼을 추구한다”고 했다. 음악업계 출신이 아닌 점은 스스로 꼽는 장점. “정답을 제시하는 서비스보다 귀를 잘 기울이는 서비스를 구축해가겠습니다. 듣는 게 답입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만난 이기영 드림어스컴퍼니 대표는 “페이스북처럼 사람마다 첫 화면이 다른 플랫폼을 추구한다”고 했다. 음악업계 출신이 아닌 점은 스스로 꼽는 장점. “정답을 제시하는 서비스보다 귀를 잘 기울이는 서비스를 구축해가겠습니다. 듣는 게 답입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난달 19일 멜론의 실시간 차트 폐지 발표는 음악업계의 빅뉴스였다. 국내 음원 플랫폼 부동의 1위 업체로서 서비스 형태 역시 ‘복지부동’하던 멜론이 마침내 시장 분위기 변화에 무릎을 꿇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왔다. 멜론은 실시간 차트를 24시간 차트로 대체하고 곡 배열 순서에도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3월 선제적으로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시간 차트를 도입한 ‘플로(FLO)’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4시간 차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새로운 서비스다. 플로는 지난달 초 ‘내 취향 믹스’ 서비스도 시작했다. 차트, 플레이리스트, 앨범에서 원래 순서와 상관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내 취향’ 위주로 재생 순서가 재배치되는 방식이다. ‘정중동’ 수준이던 각종 음원 플랫폼이 요즘 앞다퉈 서비스 개편에 나서는 형국이 마치 플로의 뒤를 좇는 느낌마저 든다. 2018년 12월 출범한 플로는 단기간에 사용자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업계 3위로 올라섰다.(코리안클릭 ‘모바일 음악 앱 월간 순이용자’ 기준) 이래저래 궁금한 서비스다.

‘플로’를 운영하는 드림어스컴퍼니의 이기영 대표(44)를 최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정보기술(IT) 플랫폼에서 개인화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간 음악 플랫폼만 따라가지 못했던, 또는 않았던 것뿐”이라며 손사래부터 쳤다.

“메인 화면부터 흔들기로 했습니다. 사용자 개별 취향 위주로요. 좋은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뒤에 슬그머니 넣으면 의미가 없다고 봤습니다. 앞에 넣어야 용기인 거죠. (다른) 서비스 사업자들의 각성을 일으키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플로는 백화점이 아닌 노포를 지향한다. 현재의 국내 음원 플랫폼들이 공급자 마인드를 대폭 반영한 대형 백화점이라면, 플로는 500만 개의 단골가게처럼 개별 사용자에게 친절한 추천을 해주겠다는 것.

“단골가게라고 해서 손님에게 강요를 하면 안 되죠. 알은체하기보다 ‘나를 안다’는 은은하지만 강한 느낌을 줘야 합니다. 조심스러운 제안을 하되 가끔은 급진적 제안으로 고객의 취향 확장을 도와 드려야죠.”

이 대표는 “현실에서 500만 개의 노포를 운영하는 것은 힘들지만, 디지털 플랫폼이라면 빅데이터를 통해 수백만 명의 취향과 소비 패턴을 분석할 수 있어 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대형 백화점은 근처에 더 큰 백화점이 생기면 무너지지만 단골가게는 관계로 맺어졌으니 오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취향이 중요한 음악이라면 더 그렇다는 것이 플로의 신념이다.

“3월 메인 화면의 최신 앨범 부분도 개편했습니다. 두 칸으로 나눠 하나는 ‘내 취향 새 앨범’을 넣었죠. 결과적으로 첫 화면에서 모든 새 앨범의 소비 총량이 20% 정도 늘었으니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볼멘소리를 할 수 없죠.”

플로의 24시간 차트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최신 트렌드를 1시간 단위로 확인하고 싶은 대중적 생각도, 실시간 차트는 영 아니지만 일간 차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음악 마니아적 관점도 살리자는 고민 끝에 나온 묘수다.

플로가 내세우는 차별화의 한 축에는 ‘앤(and)플로’가 있다. 지난달 MBC와 합작해 론칭한 ‘아티스트앤플로 2.0’은 MBC 웹 예능 콘텐츠를 활용한 서비스.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협업해 ‘배캠이 사랑한 음악 톱100’ 플레이리스트도 공개했다. 라디오처럼 배철수가 곡 소개를 하는 트랙을 곡마다 넣었다. 이 대표는 “오디오 콘텐츠의 최고봉이자 다양성의 끝판왕, 우리의 워너비가 사실 라디오”라면서 “좋은 콘텐츠를 가진 미디어라면 신문 뉴스를 포함한 어떤 것이든 협업할 생각이 있다. 문을 활짝 열어놨으니 언제든 제안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3위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업계 전체가 격동한다. 음악을 유튜브로 듣는 이들이 늘고,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도 임박했다.

이 대표는 “트렌드는 싸우는 게 아니라 올라타는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도, 플랫폼 다변화도 음악 시장 전체가 커지는 데 기여한다면 결국 버티컬 플랫폼(특정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서비스 플랫폼)에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바다죠. 뉴스도 보고 다큐도 보고 음악도 듣습니다. 넓지만 둔하죠. 내 음악 취향을 날카롭게 확장할 수 있는 도구로서 플로를 제안합니다. 한 달만 이용해 보시죠. 내가 어떤 세밀한 취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보시죠. 미식가들은 작은 차이를 느끼는 사람들이잖아요.”
 
○ 이기영 대표는…

▽2002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졸업
▽2014∼2017년 SK텔레콤 플랫폼사업부문 플랫폼 기획팀장
▽2018년 SK텔레콤 유니콘랩스 프로젝트리더
▽2019년∼현재 드림어스컴퍼니 대표이사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플로#음악업계#이기영#드림어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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