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싱을 한지 2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이런 형태는 처음입니다. 참가자들이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기대가 커요.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은 보이그룹의 프로듀싱에 탁월하다. 그룹 특성에 맞게 세계관을 설정하고, 멤버들이 그곳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명실상부 글로벌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BTS)은 젊은 세대가 처한 부당한 현실에 맞서는 저항 의식을 통해 위로를 얘기했고, 떠오르는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지난한 현실에서 벗어난 판타지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했다.
빅히트와 다른 음악적 목표가 있는 CJ ENM이 만나 설립한 레이블 ‘빌리프랩’이 선보이는 엠넷 ‘아이랜드(I-LAND)’를 통해서는 어떤 새로운 세계관을 품은 그룹이 탄생할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아이랜드’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는 방 의장은 24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현재 참가자들의 모습보다는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중점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제작기간만 3년, 200억원 상당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아이랜드’는 세계관과 성장 서사에 큰 공을 들였다.
관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23명의 참가자 중에서 새 보이그룹의 멤버들을 추리게 되는데, ‘프로듀스’ 시리즈 등 기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멤버들 모두에게 성장담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경기 파주에 ‘아이랜드’만을 위한 약 3000평 규모의 복합 공간을 만들었다. 배우 남궁민이 프로그램의 세계관과 서사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러’를 맡게 되는데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메이즈 러너’ 같은 어드벤처 성장 영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평가의 방향성을 설계하고 제한할 것이라는 방 의장은 “참가자들이 단순히 경쟁이나 미션에 매몰되지 않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팀에 대한 공헌도와 함께 얼마나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으며, 미래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방 의장이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건 MBC TV ‘위대한 탄생’ 시즌1‘ 이후 10년 만이다. “10년 사이 대중이 바라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어요. K팝 아티스트들도 상향평준화됐고, 대중이 기대하는 바 역시 높아졌죠. 대중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을 것에 대한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우 비(정지훈), 좌 지코가 포진한다. 한 때 ’월드스타‘로 통한 가수 겸 배우 비는 ’깡 신드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코는 대세 프로듀서 겸 래퍼다.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 이곳에서 작곡가로 활약한 방 의장을 프로듀서로 처음 만났었다는 비는 “다시 만나뵙고 싶었어요. 배울 점이 많은 걸 알기에 출연에 응했다”고 밝혔다.
지코는 “K팝의 허들을 넘은 분(방시혁 의장)이 저를 선택했다고 해서 이유가 궁금했어요. 평소 존경하던 방 프로듀서님, 비 선배님과 함께 하게 돼 새로운 동기가 부여됩니다.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방 의장은 “디테일한 가이드는 두 분(비·지코)에게 일임할 겁니다. 저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참가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아이랜드‘에 대한 가요계의 기대감은 크다. 가수 아이유가 첫 시그널 송 ’인트로 더 아이랜드‘ 가창에 나서면서 방송 전부터 주목도를 끌어올렸다. ’쇼미더머니‘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리즈의 이선영CP를 비롯 김신영PD, 정민석PD 등 제작진도 탄탄하다.
다만 지난 5월 스태프 낙상사고가 빚어지면서 일부 우려를 사기도 했다. 정형진 엠넷 상무는 “즉각 촬영장을 점검하고 안전펜스를 추가 설치해서 안전을 보완했어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제작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또 정 상무는 투표조작 시비를 불렀던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를 인식한 듯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투표 등은 외부 플랫폼인 빅히트의 위버스를 통해 진행한다. 외부 참관인 제도도 도입한다. 26일 오후 11시 엠넷과 tvN에서 동시 첫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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