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선미(28)는 카멜레온 같다. 끊임없이 따라 자신의 색깔을 바꾼다.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드러내다가도 앙칼진 고양이로 ‘돌변’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가진 그가 이번에도 완전히 바뀌어 돌아왔다.
지난해 8월 선보인 ‘날라리’ 이후 10개월 만에 신곡을 들고 온 그가 ‘보랏빛’으로 자신을 물들였다. 29일 발표한 디지털 싱글 ‘보라빛밤(pporappippam)’으로, 선미만의 짙은 감수성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기자간담회에 나선 그는 “(곡을)준비하면서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느낌이 뭘까. 청량하고 밝은 분위기의 곡을 부른 적이 없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 발표한 곡을 통해 레드, 블랙, 블루, 옐로 등으로 자신을 투영했다면, 이번 ‘보랏빛’으로는 활동적이면서도 청량함, 그리고 여성스러움을 한껏 강조했다.
“노래 중간에 웅장하게 브라스 연주가 깔려요. 그 안에서 저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싶어 인트로 부분에 플루트 악기로 몽환적인 느낌을 살렸죠. ‘보랏빛 밤’이라고 하면 굉장히 설레는 느낌이 있잖아요. 뮤직비디오도 그런 청춘의 설렘을 담고 싶었어요. 사실 제목인 ‘보라빛 밤’도 맞춤법 표기에 어긋나는데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어 그대로 담았어요.”
선미는 가창력과 퍼포먼스 등으로 연이어 히트곡을 만들어내며 여성 솔로가수로서 입지를 확실히 구축했다. 덕분에 ‘선미 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고, 그의 스타파워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져 있다.
“흥행에 대한 압박이 없느냐고 자주 물어보시는데, 그건 제가 잘하고 있다는 뜻의 다른 말 같아요. 몇 년 전까지 ‘선미라는 장르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많은 분이 좋게 평가를 해주셔서 뜻 깊어요. 저만의 색깔을 확립한 거잖아요. 컴백 전 티저 영상을 공개한 후에 팬이 남겨준 ‘됐다 됐어!’라는 댓글을 보고 엄청 용기를 얻었죠. 마음이 안정되더라고요.”
선미는 도전을 즐기는 편이다. “인생이 마라톤처럼 긴 레이스를 펼쳐가는 과정”이라서 매 순간 도전하며 사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또 다시 새롭게 도전했다. 좀처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그가 ‘선미네 비디오 가게’, ‘찐세계’ 등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사실 섭외를 처음 받았을 때 ‘나를 왜?’라고 생각했어요. 예능프로그램처럼 웃기는 자리가 아니라 시사교양물이라고 해서 출연하게 됐죠. 누구처럼 진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첫 회 게스트가 박미선 선배님이었는데 잘하고 있다는 칭찬에 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중학생 시절부터 시작한 가수 활동은 어느덧 14년째가 됐다. 자신의 모습을 비디오로 담아 제목을 붙인다면 ‘마라토너’라고 했다.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잘 달려왔다는 느낌으로 ‘이선미 완주!’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도전마다 성공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죠. 올라가면 내려와야 한다는 것도요.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