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자라 출연 고민했던 최화정
“낯선 시선 필요하다는 말에 승낙”
가족이야기는 금기였던 홍진경
“엄마·아내인 내 경험, 공유할 것”
연기자 최화정(59)과 방송인 홍진경(43)은 올해로 각각 데뷔 41년차와 27년차다. 그동안 수많은 프로그램을 거쳤다. 드라마부터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에 라디오 쇼까지 장르와 포맷도 모두 달랐다. 스스로도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경험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채널A와 SKY(스카이)채널이 공동 제작해 27일 첫 방송하는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애로부부)를 만난 이후 생각이 확 바뀌었다. 프로그램은 최화정·홍진경을 비롯해 연기자 이상아·방송인 이용진·양재진 정신과전문의가 부부 시청자의 실제 사연을 놓고 벌이는 토론을 담는다. 은밀하고 사적인 부부의 이야기가 주제인 만큼 적나라한 ‘19금 토크’는 기본이다. “이게 실제 사연이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반전도 곳곳에 숨어 있다.
베테랑 방송인인 두 사람마저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예능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니”라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첫 녹화를 진행한 2일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의 당부는 딱 하나였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니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최화정 “미혼의 ‘부부 프로’ 진행자, 재밌죠?”
최화정은 ‘애로부부’의 출연 제안을 받고 잠깐 고민에 빠졌다. 미혼자로서 이른바 ‘부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시청자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싶어서였다. 출연을 결심한 건 “기혼자에겐 익숙한 결혼생활을 낯설게 바라봐 줄 시선도 필요하다”는 ‘절친’ 홍진경의 말 때문이었다.
“결혼을 해본 적은 없지만, 부부관계도 결국엔 인간관계의 하나잖아요. 부부싸움도 사람 사이 갈등 과정과 똑같고요.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나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직접 겪은 분야도 아닌데 어설프게 아는 체하는 건 절대 안 하려고요. 미혼의 ‘부부 프로그램’ 진행자라는 것 자체가 제겐 재미있게 느껴져서 좋아요.”
다른 4명의 출연자들 모두 강한 개성을 가졌다. 그만큼 같은 것을 봐도 생각이 제각각이다. 최화정은 이 가운데에서 “이쪽과 저쪽 의견 모두 잘 들어주는 ‘비겁한 진행자’”역할을 자처한다며 웃었다.
“저는 ‘결혼생활이 진짜 그래?’라면서 놀라고, 기혼 출연자들은 ‘다른 부부들은 저래?’라고 놀라워해요. 시청자들도 비슷할 것 같아요. 미혼이건, 기혼이건 다른 부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서로 다른 입장을 들어보면서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최화정에게 결혼이란 곧 “‘역사’가 있어야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단번에 나온 그 한 마디에 다른 진행자들이 박수를 쳤다. 각종 연애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명언 제조기’란 별명을 이번에도 고수할 조짐이다.
“이른바 ‘100세 시대’에 결혼이란 제도의 의미가 바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노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은 참 아름다워 보이죠. 때론 사랑하기도, 때론 미워하기도 하면서 함께 보낸 그 오랜 세월 자체가 아름다운 덕분 아닐까요?”
홍진경 “아내·엄마로서 경험담이 힘!”
홍진경은 올해로 결혼 17년차이다. 방송에서 “요즘 남편과 별로 안 좋다”며 종종 너스레를 떨기도 하지만, 정작 가족에 얽힌 일화를 자세하게 공개한 적은 손에 꼽는다. 자연스럽게 아내이자 엄마로서 홍진경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가족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에 나선 적이 그동안 한 번도 없었어요. 시청자도 ‘예능인’으로서가 아닌 엄마나 아내인 제 모습은 잘 모를 것 같아요. ‘애로부부’를 통해 그런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만의 경험담과 고민을 가감 없이 공유할 예정입니다.”
‘애로부부’에 등장하는 부부들의 사연은 “내가 결혼생활 동안 겪은 우여곡절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우리도 ‘쇼윈도 부부’까진 아니지만 ‘윈도 부부’까지는 갔다”고 말하면서도 “녹화를 거듭하면서 내가 더 노력해야겠단 반성도 한다”고 웃었다.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관계’라는 걸 인식하는 것이 부부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남편한테 항상 ‘대문은 활짝 열려 있고, 나는 언제든 그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해요. 각자가 긴장해야 여유가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서로 다른 것을 포기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는 편이에요. 지금까지 서로 잘 알아가고 있어요.”
양재진 전문의는 이에 “현명한 방법”이라며 신선하다는 표정이다. 최화정은 “이렇게 우리 진경이가 똑똑하고 지혜로워요”라며 흐뭇해한다. 홍진경이 프로그램의 ‘에이스’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애로부부’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느끼지 못하는 솔직한 매력이 분명히 있어요. 결혼에 대해 이렇게나 다양한 시선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1회만 봐도 바로 빠져들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