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향 “그때 두려웠어요, 노래를 더이상 못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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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22일 0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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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은 “폐렴을 앓은 3년의 세월은 가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노래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환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 뉴스1
소향은 “폐렴을 앓은 3년의 세월은 가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노래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환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 뉴스1
“그땐 절망적이었어요. 다른 일을 찾아볼까 생각도 했죠. 노래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어요.”

2017년 겨울, 소향은 폐렴진단을 받았다. 고열과 기침에 시달렸다. 누런 가래가 끓어 숨이 찼다. 연습은 중단되기 일쑤. 약을 먹어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폐렴은 3년 동안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노래를 부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연습을 접고 무작정 가방을 꾸려 미국 뉴욕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하염없이 길을 걷던 와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내가 두렵다고 도망치면 5년 혹은 10년 뒤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가래가 나오더라도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

그렇듯 폐렴증상과 싸우며 오른 무대가 MBC ‘복면가왕’이었다.

- 예전만큼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이 들었을 텐데요.

▶ 그렇죠. 많은 분이 저한테 기대하는 바가 큰데 그 기대감을 저버릴까 봐 두려웠어요. 하지만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죠. 신기한 건,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을 때보다 제 노래가 관객들에게 더 깊숙이 다가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 왜 그랬을까요?

▶ 예전엔 기술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했어요. 결점 없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죠. 그런데 목 상태가 좋지 않으니 완벽함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노래의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자고 생각했지요. 그러고 보면, 제가 아프지 않았다면 진심으로 노래할 수 없었을 거예요.

- 폐렴 이겨내고 얻은 ‘선물’이네요.

▶ 아픈 시간을 보내며 깨달았던 건, 제가 고개를 너무 빳빳이 들고 살았다는 사실이에요. 제 안에 들끓는 욕심을 들여다보게 됐고요. 더 잘 나가고 더 유명해지고 싶었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다’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깨달았죠. 저는 그런 마음을 꼭꼭 숨겨둔 욕심쟁이였어요.

- 그런 욕심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 자연스러운 거지만, 싸워야 할 부분이죠. 그런 욕심을 품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없겠죠. 저는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요. 제가 탐심으로 가득한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겠어요? 욕심과 계속 싸워나가지 않으면 제 영혼은 발전하지 못할 거예요.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 ‘나가수2’ ‘불후의 명곡’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소향에게 붙은 수식어였다. 해외 유명 가수들로부터 러브콜도 이어졌다. 폐렴은 그렇듯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기습처럼 닥쳐왔다.

처음엔 신(神)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고통의 시간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실패와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넓은 시야가 생겼다고 소향은 고백했다. 폐렴을 앓은 3년의 세월은 가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 노래를 통해 사람들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어요. 누군가의 마음을 환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밥 든든히 지어야죠.(웃음)

- 앞으로 폐렴보다 더한 위기가 찾아온다면 어떨 것 같아요?

▶ 물론 힘들겠죠. 하지만 제가 깨달아야 할 게 있다는 신호일 거예요.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고치고 또 고쳐 나가야겠죠. 그 깨달음이 제 내면에, 노래에 쌓여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을까요? 노래는 영혼의 언어이니까요.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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