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간절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일상이 마비된 상황에서 얼마나 힘들까.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는 관객들, 또 TV 화면을 통해 저를 보고 있을 사람들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가수 소향(42)은 지난 6월 중순부터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이하 ‘비긴어게인’)에 합류했다. 한 달 반의 여정. 수현, 이하이, 헨리 등과 팀을 이뤄 ‘감동과 감탄’이라는 선물 꾸러미를 시청자들에게 안겼다.
시청자들은 인터넷 댓글로 화답했다. “소향병 걸려서 요즘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부터 “우리나라는 소향 보유국” “인간계를 벗어난 가수” 등 열혈 팬심을 드러내며 ‘소향 앓이’를 호소하는 이가 넘친다.
‘비긴어게인’ 여정이 마침표를 찍자, 이번엔 새로운 곡을 들고나왔다. 지난 16일 공개된 잔잔한 발라드곡 ‘Stay’다. 그는 그러나 신곡보다 ‘비긴어게인’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 ‘비긴어게인’ 여정을 마친 소감이 궁금합니다.
▶ 한 회 한 회가 저한테는 기쁨이었어요. 가수라면 누구나 버스킹(거리공연)에 대한 꿈을 갖고 있죠. 지금까지 저는 혼자 노래하고 혼자 무대를 책임져야 했는데, 이번에 다른 음악인들과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무척 즐거웠어요.
- ‘비긴어게인’이 소향씨에게 남긴 것이 있다면 뭘까요?
▶ 첫 마음을 다시 발견한 시간이었어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음악을 즐겼거든요. 그런데 가수생활을 오래 하면서 그 마음을 잊고 있었던 거죠. 비긴어게인은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잖아요. 가수로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먹은 계기가 됐어요.
그에게 남긴 건 또 있다. 헨리의 장점을 자신도 갖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소향이 관찰한 헨리는 동료 뮤지션에게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농담을 건네고 장난도 치는 ‘친화력 갑’인 동생. “누구든 다가와도 허허 웃어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 코로나 시국 속에서 마련된 무대였어요. 노래 부를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요?
▶ ‘밥을 짓는다’는 마음이랄까요. 희망의 밥, 위로의 밥이요. 밥을 맛있게 지면 얼른 퍼주고 싶잖아요. 제 노래가 따끈따끈한 밥이 되어 사람들을 든든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수는 꿈꿔본 적 없어…‘린 온 미’, 잊지 못할 무대
- 학창시절 노래솜씨로 날렸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 ‘반에서 노래 잘하는 애’ 그 정도였어요. 고등학생 때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연 ‘별밤 뽐내기 대회’에 나가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어요. 연말결산 때 뚝 떨어졌지만요.(웃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가수는 1도 생각 안 해봤어요.
장래희망 리스트에 가수는 없었지만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건 굉장히 좋아했다고 했다. ‘세계 3대 팝 디바(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온)’의 곡을 매일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CCM(현대 기독교 음악)을 접하게 됐고, 예기치 않게 노래인생에 발을 디뎠다. 스무 살 무렵이었다. 대중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10여 년이 지난 후였다.
- ‘소향’이란 이름이 알려진 계기는 2012년 MBC ‘나는 가수다2’(나가수2)인 듯싶습니다. 첫 무대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I Have Nothing’을 부르셨지요.
▶ 태어나서 그때 제일 많이 떨었던 것 같아요. ‘나가수2’ 무대 전체를 덜덜덜 떨면서 했어요. 경연이 끝나면 다리가 풀리고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죠. ‘나가수’는 제게 시험대 같은 무대였는데, 세상에 받아들여진 듯한 느낌이었어요.
- 청중들을 사로잡은 레전드 무대가 많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요?
▶ ‘불후의 명곡’(2014)에서 불렀던 마이클 볼튼의 ‘린 온 미(Lean on me)’요. 목숨 걸고 노래했거든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부었죠. ‘무대마다 내 에너지를 총동원하자’라고 결심한 계기가 됐어요. 물론 그러고 나면 며칠 동안 몸살을 앓지만요.(웃음)
- ‘소향의 애창곡’ 혹은 ‘내 인생의 노래’를 꼽는다면?
▶ ‘바람의 노래’(조용필 원곡을 리메이크해 불렀는데, 드라마 ‘고백부부’ OST에 수록됐다). 가사 속에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인생의 답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노래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제 인생에서 이 노래를 만난 건 행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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