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독재라든지 그런 건 제가 조절하지 못하고 나온 실언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 사과드립니다. 다만 웹툰뿐 아니라 웹소설, 예능에서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입니다.”
웹툰 작가 주호민이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근 웹툰 검열사태에 대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지난 18일 새벽 인터넷 방송(트위치)에서 웹툰 검열사태를 두고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고 표현했다.
주 작가는 해당 방송에서 ‘웹툰 검열 사태’에 대한 누리꾼의 질문에 “최근 질이 낮고 보편적인 상식과 인권에서 벗어나는 만화들이 있었다”며 “만화는 무엇이든지 표현할 수 있지만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선천적인 장애와 같은 것을 희화화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웹툰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 과거에 검열을 국가에서 했다면 지금은 시민과 독자가 한다”며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으로 이 부분은 굉장히 문제가 크다.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게 될 것이고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뭔가를 할 수가 없다. 힘겨운 시기에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방송 이후 ‘시민 독재’라는 표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그는 하루 만에 ‘사과의 말씀’이라는 영상을 통해 해당 발언에 사과했다.
주 작가는 “(18일 새벽 방송은) 만화가 지망생의 원고를 받아서 첨삭해주는 위펄래쉬라는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위펄래쉬에 소개되지 못한 작품은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보편적인 상식선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은 소개할 수 없었고 이런 건 그려서도 안된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이어 “모든 문제가 그 기준이 다르다는 것에서 발생했다. 제가 생각한 기준은 ‘이건 누가봐도’ 정도의 기준이었다. 전쟁피해자, 선천적인 질병, 미성년자의 성적인 것 등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도 그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와 별개로 ‘지금 대중에 의한 검열 그런 것들이 심해졌다. 창작자들의 의욕이 꺾이는 것 같다’ (는 발언은) 위펄래쉬 마지막 시간이라 얘기했다. ‘용기를 갖고 재밌다고 생각하면 그려라’ 그런 견지에서 얘기했는데 그 과정에서 단어 선택에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독재는 제가 조절하지 못하고 나온 실언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 사과한다. 그 부분은 제가 생각해도 좀 그랬다. 적절한 단어를 모르겠지만 그건 과장된 말이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해당 발언이 최근 여성 혐오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기안84(복학왕 작가)와 삭(헬퍼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주 작가는 “많은 분이 오해하는데 두 작가의 만화를 보지 않는다. 그것 때문이 아닌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한 신인 작가가 일진들이 애들이 괴롭히는 만화를 그렸다. 그런데 댓글에 ‘어떻게 이런 걸 그릴 수 있냐’는 댓글이 달렸고 작가가 ‘나중에 일진들이 참교육을 당해 갱생하는 내용’이라며 해명했다”며 “갱생하는 내용을 그리려면 나쁜 걸 그려야 한다. 그런데 (독자들이)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리냐’고 하니 작가가 위축이 돼 ‘사실은 제가 이렇게 그리려 했습니다’ 라며 뒷내용을 말했다. 그게 되게 이상해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작가는 “이런 상황이 심해지고 있다. 웹툰뿐 아니라 웹소설, 예능도 마찬가지고 꽤 됐다.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꽤 오랫동안 진행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고 제가 (시민 독재라는) 과격한 단어를 사용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독자들의 콘텐츠에 대한 비판 수위가 계속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 작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통찰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자신의 인사이트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망이 분명히 있다. 그러다 보면 점점 기준이 높아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너희들은 이 정도만 불편해? 난 이것도 불편해’하며 점점 더 담(기준)을 높게 쌓는다. 그래서 점점 좁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뿐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도 했다.
주 작가는 이번 시민 독재 발언과 함께 불거진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한 비판에도 해명했다. 그는 “(본인의 정치 성향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이런 분위기를 만든 사람들이 이번 정권인데 이번 정권을 지지해놓고 지금 와서 무슨 소리냐’ 이런 이야기 같다. 그런데 그건 정권과 상관없이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일이고 정권이 바뀐다고 멈춰질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거 한 매체에 천안함 폭침을 부정한 그림을 그린 데 대해 “당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한 게 맞고 제가 완전히 틀렸다. 그 점에서는 큰 사과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죄송하다”고 수차례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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