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해외서 훨훨 나는데 스포티파이 일색…초라한 ‘K-음원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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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8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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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지난 1월 빅히트의 K팝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는 빅히트 자회사 BNX에 4119억원을 투자해 자사 K팝 플랫폼인 ‘브이라이브’(V-Live)와 통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K팝 팬 커뮤니티 플랫폼 확보에도 나섰다. 방탄소년단(BTS)이 위버스에서 열린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NEW YEAR‘S EVE LIVE)에서 공연 중이다. (빅히트레이블즈 제공) 2021.1.1
네이버는 지난 1월 빅히트의 K팝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는 빅히트 자회사 BNX에 4119억원을 투자해 자사 K팝 플랫폼인 ‘브이라이브’(V-Live)와 통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K팝 팬 커뮤니티 플랫폼 확보에도 나섰다. 방탄소년단(BTS)이 위버스에서 열린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NEW YEAR‘S EVE LIVE)에서 공연 중이다. (빅히트레이블즈 제공) 2021.1.1
글로벌 1위 음원 유통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지난 1일부터 글로벌 서비스에서 카카오M이 유통하는 모든 음원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음원시장에서는 유튜브·넷플릭스·애플도 맥을 못 추는 스포티파이에 음원이 사라지자 글로벌 K팝 팬들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글로벌 골리앗’ 스포티파이가 지난 2월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양사의 관계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진출하기 전만해도 카카오에게 스포티파이는 해외 팬들에게 상대적으로 생소할 K팝 음원을 해외에 유통해주는 ‘고마운 협력사’였다. 하지만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토종 플랫폼인 카카오의 멜론마저 넘보는 ‘무서운 경쟁사’가 된 것이다. ‘해외는 스포티파이, 국내는 멜론’으로 이원화된 구조에서는 ‘윈윈’하던 양사가 국내 플랫폼 시장까지 넘보는 스포티파이의 출사표에 갈등관계로 비화된 게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음원이 막힌 해외 팬들은 카카오에 비난 세례를 퍼붓고 있지만 국내 산업측면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부실한 K-플랫폼의 민낯을 드러낸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K팝·아이돌·드라마·영화 등 ‘K-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K-플랫폼 파워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아무리 잘나가는 콘텐츠라 하더라도 글로벌 플랫폼과의 ‘계약’ 한 번에 전 세계에서 서비스가 중단되는 모습에 콘텐츠에 비해 약한 K-플랫폼의 약점이 지적되고 있다.

◇K-팝 인기 높아졌지만… 온전히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는 ‘약점’드러나

현재 K팝의 경우, K팝의 상징이 된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아이돌들이 인기를 끌며 최근 몇년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국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은 사실상 독과점 상태인 국내 서비스에만 집중할 뿐, 해외 진출 시도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전세계 170개국 3억5000만명 이상의 청취자를 확보한 글로벌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에서 K팝 플레이리스트를 처음 선보인 건 지난 2014년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글로벌 가입자들의 K팝 청취 비중은 초기에 비해 2000% 이상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1위 음원 플랫폼인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M은 과거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의 음악 콘텐츠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해외 진출 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카카오M이 ‘국내 음원 유통 1위’인 점을 이용해 국내에 진출하는 애플뮤직·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서비스를 ‘반쪽 서비스’ 만들기를 하며 국내 1위 음원 플랫폼 자리 굳히기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플랫폼 갈등 ‘한 방’에 K-콘텐츠 글로벌 서비스 중단 사태 겪어

실제로 지난 1일 스포티파이 글로벌 서비스에서 카카오M이 유통하는 K팝 음원의 서비스가 중단된 것도, 국내에 진출한 스포티파이의 국내 서비스에 대한 카카오M 보유 음원 유통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국내 유통 음원의 약 37%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M은 스포티파이 국내 서비스와 글로벌 서비스의 음원 유통 계약을 별개로 진행하자고 요구했지만, 스포티파이 측은 ‘양쪽을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거절하며 계약이 만료된 채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음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애플뮤직 국내 진출 때도 카카오M은 이번과 비슷한 전략을 취해 한국 애플 뮤직에서는 카카오M 유통 음원을 못들었다”며 “애플은 글로벌 서비스와 국내 서비스를 별개로 계약하는 선택을 해 결국 국내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포티파이 글로벌의 카카오M 음원 서비스 중단으로 지난해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K팝 아티스트 8위인 ‘아이유’와 10위인 ‘여자아이들’의 음원까지 스포티파이 글로벌 서비스에서 제공이 중단된 상태다.

플랫폼 갈등이 K팝 가수와 팬들에게 타격을 입히며 K팝 인기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포티파이·카카오M K팝 중단 사태, 넷플릭스에서 벌어지지말란 법 없어”

K팝뿐 아니라 드라마·영화 등 국내 영상 콘텐츠 역시 해외에서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전적으로 해외 플랫폼에 의존한 인기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된 조선 좀비물 ‘킹덤’은 넷플릭스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 자리에 올려준 작품이었던 동시에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유아인, 박신혜 주연 영화 ‘#살아있다’의 경우, 한국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35개국 영화 차트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또 넷플릭스는 지난달 25일 “한국 시장에 2021년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콘텐츠 로드쇼 ‘씨 왓츠 넥스트 코리아 2021’(See What‘s Next Korea 2021)에서 Δ킹덤: 아신전(전지현 주연) Δ지옥(유아인 주연) Δ오징어 게임(이정재 주연) Δ고요의 바다(공유 주연) Δ백스피릿(백종원 출연 예능) 등 2021년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했다.

코로나19로 국내 극장가도 타격을 입고, 양질의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콘텐츠 산업의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많은 투자를 진행하며 국내 콘텐츠 업계에 도움도 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 플랫폼이기 때문에 배척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과의 갈등으로 비롯된 콘텐츠 중단 상황은 언제든지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국내 플랫폼도 시장을 넓혀 과도한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를 표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지난 2019년 11월 CJ ENM·JTBC와 3년간 20여편 이상의 콘텐츠 공급 제휴를 맺은 상태다. 그러나 오는 2022년 이후 이같은 넷플릭스와의 제휴관계가 이어지지 않을 경우에도 대비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카카오 통합·인수·투자 등을 바탕으로 ’K-플랫폼‘ 기반 마련 中

이같은 상황에 대해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콘텐츠 시장은 규모가 그렇게 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 압도적 1위를 하더라도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경쟁이 어렵다”며 “국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들도 연합 등의 방법을 통해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이같은 콘텐츠 플랫폼 확장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10월에는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의 상호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해 이 중 1500억원을 CJ ENM의 주식을 취득하는데 썼고, 스튜디오 드래곤의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어 지난 1월 빅히트의 K팝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는 빅히트 자회사 BNX에 4119억원을 투자해 자사 K팝 플랫폼인 ’브이라이브‘(V-Live)와 통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K팝 팬 커뮤니티 플랫폼 확보에도 나섰다.

또 지난 1월에는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533억원에 인수했다. 웹툰(네이버웹툰)과 웹소설(왓패드) 분야에서 네이버는 글로벌 1위 플랫폼을 확보한 셈이다.

네이버가 영상·IP·K팝 등 다양한 K-콘텐츠 플랫폼 확보에 나서는 것처럼 카카오 역시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영상·음원 서비스 회사 카카오M을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를 설립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음원·콘텐츠·IP를 총괄하는 카카오엔터의 출범과 함께 “글로벌 OTT 플랫폼 확보 전략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김 의장은 지난 25일 지난 25일 임직원(크루)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에서 “(다음웹툰 원작인) 승리호, 이태원클라쓰 등 성공 사례가 나왔는데 IP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게 필요한지, 카카오의 글로벌 OTT 플랫폼이 필요한지 고민이 된다”고 카카오의 콘텐츠 전략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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