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 102년 한국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업적을 세웠다.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을 연기한 윤여정은 26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25일 오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획득했다. 102년 한국 영화 역사상 오스카에서 한국 배우가 연기상을 받는 것은 최초이며, 영어 대사가 아닌 연기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는 여섯 번째 배우가 됐다. 또한 아시아 배우로는 1958년 열린 제3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탄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 수상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윤여정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날 수상 후 “윤여정 배우는 그동안 올림픽 선수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일명 오스카 레이스와 촬영을 병행하느라 강행군을 해왔다”면서도 “그런 윤여정 배우를 보며 마음을 졸여왔다”고 전했다. 이어 “수상의 쾌거를 안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라며 “그간 함께 가슴 졸이며 응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으로 윤여정을 호명, 윤여정은 기쁨 속에 무대에 올라 “브래드 피트, 드디어 우리 만났네요. 우리가 촬영할 땐 어디 계셨던 거예요? 만나서 정말 영광이에요”라고 말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 제작사인 플랜B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오스카 수상을 포함해 영국 아카데미(BAFTA), 미국 배우 조합상(SAG), 미국 독립영화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총 42관왕을 달성한 윤여정은 그동안 유머러스하고 권위를 벗어난, 재치 있는 소감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터. 오스카 수상 직후 밝힌 소감 역시 윤여정 특유의 위트가 묻어나는 소감으로 감동을 안기고 있다.
‘미나리’는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실화를 담은 영화로, 미국 아칸소로 이민 온 한국 가족이 겪는 인생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제이콥(스티븐 연 분)과 모니카(한예리 분), 앤(노엘 케이트 조 분), 데이빗(앨런 김 분) 가족과 함께 살게 된 데이빗의 외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윤여정만이 표현할 수 있는 순자를 연기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 전 세계인들의 극찬을 얻었다.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배우를 시작한 윤여정은 1971년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까지 섭렵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드라마는 물론, ‘돈의 맛’ ‘죽여주는 여자’ ‘여배우들’ 등 파격적인 변신이 돋보이는 영화와 ‘산나물 처녀’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의 독립 영화에도 아낌없이 출연하며 명불허전 연기력을 입증했다. 또한 윤여정은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 예능에서도 빛을 발하며 연기 인생을 다채롭고 버라이어티하게 이끌어왔다.
지난해 오스카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등 총 4개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데 이어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국내 영화인들 역시 큰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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