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양병집, 별세…3대 저항 포크가수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5일 2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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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71), 한대수(73)와 함께 1970년대 3대 저항가수로 통한 양병집(70)이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양병집은 전날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같은 날 평소 친분이 있던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와 단골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양병집은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박 평론가가 수차례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한 이 카페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자택에서 경찰이 고인을 발견했다.

소박하면서 거친 목소리를 보유한 양병집은 저항 포크의 상징적인 인물로 통했다.

고인은 10대 때부터 음악 광이었다. ‘디쉐네’, ‘미도파 살롱’ 같은 음악감상실을 기웃거린 것으로 유명하다. 결국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음대 작곡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부친의 반대로 음악을 포기하고 증권회사에 입사한다. 그러다 대중 앞에 음악가로 나선 것이 1972년이다. 증권사 직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인데 ‘월간 팝송’이 주최한 ‘제1회 포크 콘테스트’에 참가하면서 눈도장을 받았다.

당시 동생 이름 ‘양경집’으로 참가했다. 미국 포크 록 대부 밥 딜런의 ‘돈크 싱크 트와이스, 잇츠 올 라이트(Don’t Think Twice,Its All Right)‘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역(逆)‘으로 3위로 입상했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로 시작하는 노래다. 수상자 호명 때 ’양병집‘으로 잘못 호명됐고 이후 양병집으로 이름을 바꿨다.

결국 직장에도 사표를 던졌다. 이후 신촌 라이브카페 무대로 활동한다. 1972년 포크 가수의 산실이었던 ’제1회 맷돌‘ 무대에 송창식, 김민기, 양희은, 사월과오월 등과 함께 서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74년 데뷔앨범 ’넋두리‘를 발표했다. ’역‘, ’서울하늘‘, ’타박네‘ 등의 곡엔 해학과 풍자가 가득했다. 하지만 사회비판적인 내용은 서슬퍼런 유신정권의 검열을 피해갈 수 없었다. 발매 3개월 만에 판매금지처분을 받았다. ’타박네‘는 이후에 서유석이 불러 더 알려졌다.

1986년 호주로 이민을 가면서 한동안 음악활동을 접기도 했다. 2001년 현지 영주권을 포기하고 귀국한 뒤 음악 활동을 재개했다. 2005년 7집 ’페이드 어웨이(Fade Away)‘, 2013년 8집 ’에고&로고스(Ego&Logos)‘를 발매했다. 2016년엔 들국화 원년 멤버인 조덕환이 힘을 보탠 앨범 ’흔치 않은 노래들‘을 발매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자전적 소설 ’밥 딜런을 만난 사나이‘를 펴냈다.

박성서 평론가는 “우리나라 전래 구전가요뿐만 아니라 미국 포크에 우리 현실을 담아 슬프고도 아름다운 ’포크의 한국화‘에 성공했다”면서 “양병집 노래에 담긴 메시지는 우리나라 70~80년대 사회의 앞면과 이면을 정확히 관통한다. 삶을 직시하고 현실을 꿰뚫는 가사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그가 부른 노래들은 번안곡 조차 미국 포크라기 보다 한국적이다. 판소리를 닮은 거친 창법도 한몫한다”면서 “70년대를 거칠고 쓴 목소리로 풍자해 노래에 담았지만 그의 노래 속에는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고자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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