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24일 “생명존중의 기본을 지키는 KBS로 거듭나겠다”며 “최근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다.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시청자 여러분과 국민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동물 생명을 위협하면서까지 촬영해야 할 장면은 없다. 이번 사고를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 관련 부족한 인식이 불러온 참사라고 판단한다”면서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제작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겠다. 시청자 여러분과 관련 단체 고언·질책을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KBS는 “자체적으로 이번 사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외부기관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콘텐츠 제작에 있어 다시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 현장 전반 점검과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 신뢰 받는 공영미디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일 방송한 태종 이방원 7회에서는 ‘이성계’(김영철)가 말을 타고 가다가 낙마하는 장면이 나왔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촬영 당시 제작진은 말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렸다. 말은 몸에 큰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고꾸라졌다. KBS는 20일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 말이 사망했다.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21일 KBS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태종 이방원을 연출한 김형일 PD, 이훈희 KBS 제작2본부장, 제작사 황의경 몬스터유니온 대표 등도 포함했다. 동물자유연대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사흘 만인 24일 오후 2시 기준 13만7000여 명이 동의했다.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K**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도 동의수 6만4000명을 넘었다. 태종 이방원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중단·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태종 이방원은 22~23일에 이어 29~30일 결방할 예정이다. 당초 설 연휴 스페셜 방송을 준비했으나,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2주 결방을 결정했다. KBS 홈페이지에서 태종 이방원 7회 다시보기 서비스도 중단했다. 지난 22~23일 편성한 태종 이방원 재방송은 ‘시사직격’ 등으로 대체했다. 지난주 말 학대 논란이 불거지자 촬영을 중단한 상태다. 방영 중단·폐지 목소리가 높은 만큼 향후 촬영을 재개, 다시 전파를 탈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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